조수진 "윤 후보 말만 듣는다"
윤석열 "정치를 하다 보면 생각이 다를 수 있다'
이준석 "핵관들이 원하던 대로 선거에서 손을 뗐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상임선거대책위원장직을 사퇴했습니다. 당 대표가 당연직으로 맡아야 할 상임선대위 위원장 사퇴는 대선 과정에서는 보기 드문 사건입니다. 

사건의 발단은 선대위 공보단장을 맡고 있는 조수진 의원이었습니다. 조 의원은 20일 열린 국민의힘 선대위 회의 도중 이 대표의 지시에 "내가 왜 그쪽의 명령을 들어야 하느냐"고 말했습니다. 

이 대표가 "내가 상임선대위원장인데 누구 말을 듣느냐"고 하자 조 의원은 "나는 후보 말만 듣는다"고 맞섰습니다. 그러자 이 대표는 책상을 치고 회의장을 나갔습니다. 

두 사람의 충돌은 오후에도 이어졌습니다. 조 의원이 자신을 비방하는 내용의 유튜브 방송 링크를 기자들에게 보내자, 이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도대체 조 단장은 왜 공보 업무에 집중 못 하고 이준석 정신건강을 걱정하는 가로세로연구소 링크를 복수의 언론인에게 전송하고 계신가”라고 비판했습니다. 

조 의원이 기자들에게 보낸 유튜브 링크는 가로세로연구소 유튜브 채널의 "이준석 황당한 이유로 난동! 정신건강 우려된다! 지금이라도 사퇴시켜야"라는 제목의 영상이었습니다. 

이준석 대표는 21일 오후 4시 선대위 사퇴 기자회견을 예고했고, 조 의원은 3시부터 이 대표에게 사과하겠다며 당 대표실에서 기다렸습니다. 그러나 이 대표는 조 의원을 만나지 않고 기자회견에서 "선대위 내에서의 모든 직책을 내려놓겠다. 어떤 미련도 없다"고 밝혔습니다. 

조 의원은 이 대표 사퇴를 표명한 지 4시간 만에 자신의 페이스북에 중앙선대위 부위원장과 공보단장직을 내려놓겠다는 글을 올렸습니다. 

▲지난 4일 윤석열 후보와 이준석 당 대표가 부산 서면에서 거리 인사를 하는 모습 ⓒ국민의힘 
▲지난 4일 윤석열 후보와 이준석 당 대표가 부산 서면에서 거리 인사를 하는 모습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의 선대위 사퇴 이후 김종인 국민의힘 총괄선대위원장은  CBS라디오 <한판승부>에 출연해 " 이 대표 성격상 다시 복귀하리라고 기대하기는 어려운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아무리 선거철이라고 해도 위계질서가 있다. 후보 말만 듣고 다른 사람 말을 안 듣겠다고 하면 선대위 조직 자체가 제 기능을 할 수 없다"며 사건의 발단이 된 조 의원의 처신을 지적했습니다. 

윤석열 후보는 두 사람의 충돌에 대해 "정치를 하다 보면 생각이 다를 수도 있다. 그게 바로 민주주의다"라고 말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아마 그 말이 오히려 이준석 대표를 더 자극하지 않았나라고 생각한다"며 이 대표 사퇴의 결정적인 원인으로 꼽았습니다. 

김종인 위원장은 "국민의힘 선대위가 민첩하게 움직이지 못하고 있다"며 "윤 후보가 정치를 처음 하기 때문에 이 사람 저 사람을 선거 대책기구에 배치해 서로 장기 자랑을 하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신지예씨 영입도 발표 한 다음에 알았다"며 윤 후보 직속기구인 새시대준비위원회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라고 했습니다. 

이준석 대표는 21일 저녁 자신의 페이스북에 "핵관들이 그렇게 원하던 대로 이준석이 선거에서 손을 뗐다. 카드뉴스 자유롭게 만들라"는 글을 올렸습니다. 

이 대표는 "오늘로 당 대표의 통상 직무에 집중하겠다"며 "세대결합론이 사실상 무산됐으니 새로운 대전략을 누군가 구상하고 그에 따라 선거 전략을 준비하면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어 "복어를 조심해서 다뤄야 한다고 누누이 이야기해도 그냥 복어를 믹서기에 갈아버린 상황이 됐다"고 했습니다. 

이 대표의 글에는 '윤핵관'들이 당 대표와 계속 충돌해 왔다는 사실이 적나라하게 드러납니다. 이 대표는 사퇴 입장문에서도 "이때다 싶어 솟아나와 양비론으로 한마디 던지는 윤핵관을 보면 어쩌면 이런 모습이 선거기간 내내 반복될 것이라는 비통한 생각이 들었다"면서 '윤핵관' 때문에 사퇴를 했음을 밝혔습니다. 

윤석열 후보는 '당 중심 선대위'를 강조했지만, 선대위에 합류한 인물들은 선대위원장인 당 대표의 지시보다는 윤 후보에 대한 '충성 경쟁'에 바빴습니다. 어쩌면 이 대표의 사퇴는 시기의 문제였지 결국은 벌어질 일이 벌어진 것입니다. 

국민의힘은 이 대표와 윤 후보의 갈등이 울산 회동으로 겨우 봉합된 상황에서 또다시 당 대표의 선대위원장직 사퇴가 벌어졌습니다. 

근본적인 책임은 조수진 의원과 같은 '윤핵관'이지만, 본질은 윤 후보가 정치 경험도 부족하고 정치력도 약하기 때문입니다. 

선대위와 윤핵관의 갈등이 계속돼 김종인 위원장마저 사퇴한다면 윤석열 후보는 대선도 치르기 전에 고꾸라질 수 있습니다. 윤 후보의 사태 수습 여부에 따라 선거도 정치력도 시험하는 잣대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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