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하루는 국민의힘에게는 힘든 하루였다. 당초 총괄선대위원장을 맡기로 한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이 돌연 임명을 거부했고, 윤석열 후보는 포럼에서 2분여 동안 연설을 하지 않아 망신을 당했다. 

# 국민의힘은 윤 후보가 직접 주재하는 최고위원회의에서 김병준, 김한길, 김종인 전 위원장을 주축으로 하는 3김 선대위 인선안을 부의해 공식화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돌연 윤 후보는 김 전 위원장이 하루 이틀 시간을 더 달라고 했다며 임명안을 철회했다. 

윤 후보는 김 전 위원장이 시간이 필요하다고 요청했다는 식으로 말했지만, 실제로는 두 사람 사이가 벌어졌다고 한다.

이날 오전에 임태희 전 대통령비서실장이 김 전 위원장을 찾아갔을 때도 상당히 격앙된 분위기라고 전해진다. 특히 김 전 위원장은 윤 후보의 전화도 받지 않았다. 

김 전 위원장이 화가 나 선대위에 합류하지 않은 이유는 자기를 빼놓고 선대위 인선을 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일명 '패싱'으로 김 전 위원장이 불만을 품고 태도를 바꿔 기싸움을 벌이고 있다는 것이다. 

김 전 위원장이 선대위에 합류하기 전에는 늘 이런 식으로 한 번씩 자기의 힘을 과시했다며 조만간 선대위원장을 맡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총괄선대위원장은 대선을 이끄는 총책임자이다. 선거를 책임진 사람으로 권한까지 갖기 원하는 마음은 이해한다고 해도 보여주는 행동은 삐친 다섯 살 아이처럼 보인다. 

김 전 위원장을 가리켜 '선거의 왕'이라고 부른다. 탁월한 실력으로 선거에서 승리를 이끌었다. 하지만 시간이 가면서 패배도 기록하는 등 예전만 못하다는 평이 나온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김 전 위원장은 과거의 승리를 잊지 못하고 노욕을 부린다. 

어쩌면 김 전 위원장에게 또다시 선거대책위원장을 맡기려는 국민의힘이 행태가 그의 노욕을 부추겨 기고만장하게 만들었는지도 모른다. 

김 전 위원장은 리더(Leader)가 되길 원하지만, 그는 선거 컨설턴트에 불과하다. 선거가 끝나면 떠날 사람이자 사라질 인물이다.

# 윤석열 후보가 국가 정책 비전을 발표하는 'TV조선 글로벌리더스 포럼 2021'에서 프롬프터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2분여 동안 연설을 하지 못하고 가만히 서 있었다.  

사회자가 "시작해달라"고 요청까지 했음에도 윤 후보는 연설을 하지 않고 오로지 프롬프터에 대본이 올라오기만 기다렸다. 

윤 후보의 이런 모습이 프롬프터 없이 10분간 연설한 이재명 후보와 비교되면서 원고가 없으면 연설도 못하는 사람이라는 낙인이 찍혔다. 

윤 후보 측에서는 행사 진행을 위해 기다렸다며 억울해한다. 하지만 윤 후보의 말실수가 한두 번이 아니기 때문에 그리 설득력은 없다. 오히려 이번 기회에 그의 실력이 탄로 났다는 분위기이다. 

현대 선거에서 후보자의 말과 화법, 연설은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케네디가 유창한 언변으로 땀을 흘리고 말을 더듬는 닉슨을 이긴 미국 대선을 봐도 알 수 있다. 

미국에서는 TV토론이 선거에 많은 영향을 끼치지만 한국에서는 후보자의 자질과 능력보다는 정당과 정치 성향에 따라 판가름이 나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후보자가 어리바리하면 국정 운영도 그와 비슷해져 나라를 망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미 우리는 박근혜가 최순실이 써준 원고를 그대로 읽으며 허수아비 대통령이 됐던 사례를 경험했다. 

윤석열 후보는 리더(Leader)가 되려고 선거에 나왔지만 하는 모습을 보면 리더(Reader)에 불과하다. 또다시 아무 생각 없이 남이 써준 원고만 읽는 대통령을 보고 싶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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