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오전 경북 예천군 호명면서 수색하던 해병장병 1명이 급류에 휩쓸려 실종된 가운데 해병대 전우들이 침울한 표정으로 구조 소식을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19일 오전 경북 예천군 호명면서 수색하던 해병장병 1명이 급류에 휩쓸려 실종된 가운데 해병대 전우들이 침울한 표정으로 구조 소식을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경북 예천 지역 수해 현장에 투입됐다가 실종된 해병대원이 끝내 숨진 채 발견됐다. 

지난 18일 해병대 1사단 포병대대 소속 A일병이 경북 예천 내성천에서 실종자 수색을 하다가 급류에 휩쓸렸다. 함께 물에 빠졌던 2명은 나왔지만 A일병은 급류에 떠내려갔다. 

A 일병은 실종 14시간 만인 19일 오후 11시 8분경 경북 예천군 내성천 고평대교 하류 지점에서 경북 119특수대응단이 운영하는 드론에 의해 발견됐다. 숨진 A일병은 예천스타디움으로 옮겨진 뒤 태극기에 덮여 해병대 헬기로 해군 포항병원으로 이송됐다. 

해병대원의 사망 원인을 두고 '구명조끼'도 없이 강행된 무리한 수색 작업 때문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당시 투입된 해병대원들은 구명조끼도 입지 않고 멜빵 장화만 착용한 채 9명씩 일렬로 강바닥을 수색한 것으로 알려졌다. 

<매일신문>에 따르면 사고를 목격한 주민들은 "가슴 높이까지 일체형으로 제작된 멜빵장화를 입고 허리 높이 물에 들어가면 내부에 물이 들어찬다. 그러면 물에 빠졌을 때 몸이 둔해져 헤엄치기 더 어렵다"면서 해병대원들이 착용한 멜빵장화가 사고 위험성을 높였다고 주장했다. 

구명조끼·헬멧·안전줄도 없이 강행된 무리한 수색 작업 

▲해병대원과 119구조대원의 수색 작업을 비교하는 글 ⓒ온라인커뮤니티 갈무리
▲해병대원과 119구조대원의 수색 작업을 비교하는 글 ⓒ온라인커뮤니티 갈무리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해병대 전역자가 보는 해병대 실종사고'라는 글이 올라왔다. 해병대 전역자는 조목조목 수색작업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는 "수색대나 상륙기습 대대 같은 보병대대도 아닌 포병대대라는 기사를 보고 멍해졌다"면서 "포병대대는 병과나 특기 훈련에서도 바다에 갈 일이 적기 때문에 구명조끼를 비치해 놓을 일이 없다"고 했다. 

이어 "일병 계급이면 전투수영 시즌도 안 보냈다"며 "전투수영 다 마쳤어도 저런 급류는 힘든데 일병을 급류에서 수색 작업을 시켰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라고 지적했다. 

해병대원과 119대원의 수색 작업을  비교하는 사진도 올라왔다. 사진을 보면 해병대원들은 119대원들과 달리 안전헬멧과 구명조끼, 다리보호대, 안전줄 등을 착용하지 않은 채 수색작업을 하고 있었다. 

실종 소식을 접하고 예천을 찾은 A일병의 부친은 중대장에게 "물살이 셌는데 구명조끼는 입혔냐, 어제까지만 해도 비가 많이 왔는데 왜 구명조끼를 안 입혔냐"며 "구명조끼가 그렇게 비싼가요, 왜 구명조끼를, 물살이 얼마나 센데, 이거 살인 아닌가요. 살인"이라며 절규했다. 

명백한 인재... 헌신을 요구하는 국가역시 의무 다해야 

▲ 20일 오전 0시 47분께 경북 예천스타디움에서 수색 중 실종됐다가 숨진 채 발견된 해병 장병을 태운 헬기가 전우들의 경례를 받으며 이륙하고 있다. ⓒ연합뉴스
▲ 20일 오전 0시 47분께 경북 예천스타디움에서 수색 중 실종됐다가 숨진 채 발견된 해병 장병을 태운 헬기가 전우들의 경례를 받으며 이륙하고 있다. ⓒ연합뉴스

19일 <군인권센터>는 "최초 신고자에 따르면 사고 당시 해병대 병사들은 구명조끼도 없이 장화를 신고 일렬로 천에 서서 실종자 수색 임무를 수행했다고 한다"며 "신고자의 증언이 사실이라면 이는 명백한 인재(人災)"라고 밝혔다. 

이어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군 장병이 대민지원 임무에 투입될 수 있다. 그러나 토사, 수목 제거 등의 수해 복구, 실종자 수색 보조 업무라면 모를까, 하천에 직접 들어가 실종자를 수색하는 임무를 관련한 경험이 없는 일반 장병들에게 맡기는 것은 위험천만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군인권센터>는 "재난과 위기 상황마다 국군 장병들이 구슬땀을 흘리며 헌신하는 모습에 많은 국민들이 감동을 받는다. 하지만 당연한 헌신은 없다"면서 "헌신을 요구하는 국가의 의무 역시 분명하다. 정부와 군 수뇌부는 장병들이 안전하게 임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신중히 점검하고, 여건을 갖춰야 할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국방부는 즉시 대민지원 투입 장병의 안전 대책을 점검하고, 추후 사고의 경위를 성역 없이 규명해야 할 것"을 요구했다. 

국방부에 따르면 전국적인 폭우 피해 대민지원을 위해 15일부터 경북 예천을 포함해 10개 광역시도의 30개 시군에서 장병 2만2000여 명과 장비 540여 대가 투입돼 실종자 수색과 피해 복구를 지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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