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 '2021년 군 훈련소 인권상황 실태조사' 결과 보고서 공개
94.1%, 인권침해 피해 목격하고도 신고하지 않아

▲신병교육 일러스트 ⓒ김민아 제작, 연합뉴스 
▲신병교육 일러스트 ⓒ김민아 제작, 연합뉴스 

군 신병훈련소의 시설이 열악하고 부당한 군기훈련이 여전히 남아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인권위는 용인대 산학협력단에 의뢰해 지난해 5월부터 6개월간 육·해·공군·해병대 훈련병 1천348명과 훈련소 운영요원 470명을 대상으로 설문·전화조사를 했다. 이를 바탕으로 20일 인권위는 '2021년 군 훈련소 인권상황 실태조사' 결과 보고서를 공개했다. 

훈련병들은 훈련소 내 인권은 대체로 양호하다고 응답했으나 열악한 시설과 부당한 군기훈련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훈련소 시설 열악... 1인당 생활관 면적·화장실·샤워 시설 부족

조사 결과 1인당 생활하는 생활관 면적에 대해 훈련병 4명 중 1명이 좁다고 응답하는 등 훈련소 내 시설이 열악하다고 느끼는 훈련병들이 많았다.

훈련병들은 화장실 수와 이용 시간 부족 등으로 화장실 사용에 불편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해군 훈련병의 56.8%가 화장실이 부족하다고 응답했다. 또한 훈련병 4명 중 1명은(26.1%)은 사용인원보다 화장실 수가 부족하다고 답했다. 

목욕 및 샤워시설 부족도 문제였다. 인원대비 샤워나 목욕 공간이 부족하다고 응답한 훈련병이 28.0%였다. 육군훈련소 훈련병의 24.4%는 온수공급이 불편하다고 응답했다. 

보고서에서는 훈련소 내 화장실 시설이 불편한 이유가 "인원수 대비 화장실 대변기 개수가 충분하지 못하고, 잦은 고장으로 사용할 수 있는 숫자도 제한적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육군훈련소의 경우 기존 생활관에 2층 침대를 설치하는 곳이 많았다. 침상형 생활관을 침대형으로 무리하게 바꾸다 보니 1인당 생활공간은 좁아지고 천장 높이가 낮아져 2층 침대에서 생활하는 훈련병들은 고개조차 들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급식 만족도는 56.3%로 긍정적인 평가가 많았지만, 훈련병들은 공통적으로 급식량이 부족하다고 답했다. 

일과 후 개인 정비 시간이 부족하다고 답한 훈련병은 23.7%였다. 특히 공군 훈련병의 61.5%가 개인정비 시간이 부족하다고 응답해 전군에서 가장 높았다. 

훈련소 내 부당한 '군기훈련' 개선 필요 

훈련병 10명 중 6명(60.4%)은 입대 전 생각했던 훈련소와 비교해 실제 인권상황은 좋았다고 응답했다. 훈련소 내 인권보장에 대해서도 훈련병 10명 중 8명(78.9%)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다만, 해병대 훈련병들 97.0%가 긍정적으로 평가한데 반해, 공군 훈련병은 긍정(38.3) 보다 부정적인 응답(49.0%)이 더 높았다. 

과거처럼 구타나 가혹행위·언어폭력·성희롱·성추행 등을 경험한 훈련병은 극소수였지만, 인권침해 유형 중 11.5%는 부당한 군기훈련을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보고서를 작성한 연구진은 "구타·가혹행위·부당한 군기 훈련 등은 주로 조교에 의해 이뤄지고, 성추행과 성희롱은 교관에 의해 이뤄졌다"면서 "교관과 조교의 직무교육에 인권교육을 강화하고 수시로 시행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인권침해 피해 목격했지만, 94.1%가 신고하지 않음

훈련소 내에서 인권침해 피해를 목격했지만 94.1%가 보고 또는 신고하지 않았다고 응답했다. 신고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  '군대에서 그 정도는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돼서'(44.9%), '보고나 신고해도 소용없을 것 같아서'(27.0%), '부당한 대우를 받거나 오히려 처벌받을 것 같아서'(11.2%) 등 순으로 나타났다. 

조사결과를 토대로 작성한 보고서에서는 "인권침해 피해를 봤을 때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침해피해 구제제도에 대한 인식교육이 강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권위는 이번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전문가와 각계 의견을 수렴해 정책 및 대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7월 1일부터 국가인권위원회는 '군인권보호관'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군인권보호관은 군내 인권 침해및 차별행위와 관련한 상담을 하며 진정을 접수받아 조사하고 개선을 권고한다. 군인권보호관은 군부대에 긴급 방문하여 조사할 수 있고, 군인 사망사건에도 입회할 수 있다.  상담· 진정접수는 전화 1331 또는 온라인과 카카오톡으로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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