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6월 13일 국방일보 1면. BTS 멤버 진의 데뷔 10주년을 기념하는 팬클럽의 광고가 실렸다. ⓒ국방일보 갈무리 
▲2023년 6월 13일 국방일보 1면. BTS 멤버 진의 데뷔 10주년을 기념하는 팬클럽의 광고가 실렸다. ⓒ국방일보 갈무리 

지난 13일, <국방일보>(국방부 산하 국방홍보원이 발간하는 안보전문 일간지) 1면에 그룹 방탄소년단 멤버 진(본명 김석진)의 광고가 실렸다. 이 광고는 방탄소년단의 데뷔 10주년을 기념해 팬클럽 '김석진홍보팀'이 광고비를 내고 게재한 것이다. 

광고에는 영어로 진의 데뷔 10주년을 기념하는 영문(Happy 10th Anniversary)과 함께 "대한민국의 자랑스러운 국군장병 여러분의 헌신과 노고에 감사합니다. 장병 여러분을 응원합니다"라는 문구도 적혀 있다. 

BTS 멤버 진은 지난해 12월에 입대했고, 계급은 일병으로 신병교육대 조교로 복무 중이다. 

13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국방일보 관계자는 "진의 팬덤에서 일찌감치 제안이 왔었다"면서 "우리 장병들을 응원한다는 취지가 호국보훈의 달에 부합한다고 판단했다"라며 광고를 게재된 이유를 설명했다.  

지하철 역사나 버스, 건물 외벽·전광판 등에 연예인의 생일 또는 데뷔 기념 축가 광고가 게재된 적은 많았지만, 군인들이 주로 보는 <국방일보>에 연예인 광고가 허용됐다는 점에서 이례적인이라는 반응이다. 

군대 홍보 기사가 주를 이루는 '국방일보' 

▲2007년 5월 16일 1면에는 장병들의 96%가  군 생활에 만족하고 있다는 기사가 배치됐다. ⓒ국방일보 갈무리 
▲2007년 5월 16일 1면에는 장병들의 96%가  군 생활에 만족하고 있다는 기사가 배치됐다. ⓒ국방일보 갈무리 

<국방일보>는 앞에서 언급했듯이 국방홍보원에서 발행하는 신문이다. 1964년 창간 당시에는 <전우>였다가 이후 <전우신문>으로, 1990년부터 지금의 <국방일보>로 이름이 바뀌었다. 그래서 (군대를 다녀온 남자들은) 어떤 신문을 봤느냐로 군번을 유추하기도 한다. 

<국방일보>는 주 5회 발행된다. 대부분 군부대에서 구독(?)을 하는데 부대별로 할당된다. 정훈장교(공보·홍보를 주로 담당한다-기자주) 관리 하에 정훈병들이 배포했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발행하지만 군인들은 2~3일이 지난 신문을 봤는데, 이유는 우편으로 배달됐기 때문이다. 물론 현재는 실시간 인터넷으로 볼 수 있다.  

내 경험상 훈련소에서는 <국방일보>를 열심히 읽지만 자대 배치를 받으면 거의 읽지 않는다. 군대 관련 기사가 대부분이라 지겹기도 하거니와 군대 홍보가 주를 이루기 때문이다. 

실제로 2007년 5월 16일 1면에 나온 <장병 군 생활 만족도 96%>라는 기사는 아직도 예비역 사이에서 비웃음을 받고 있다. 

여자 연예인이 주로 나온 수신자 부담 전화 광고

▲ 2006년 국방일보에 게재된 수신자 부담 전화 광고들 ⓒ국방일보갈무리
▲ 2006년 국방일보에 게재된 수신자 부담 전화 광고들 ⓒ국방일보갈무리

2000년 초반 <국방일보>에 가장 많이 등장한 광고 중의 하나는 여자 연예인이 나오는 수신자 부담 전화였다. 핸드폰 사용이 금지됐던 시기라 대부분 '수신자 부담 전화'(콜렉트 콜, 전화를 받는 사람이 요금을 내는 방식)을 사용해 공중전화로 가족이나 친구들과 통화를 했다. 

수신자 부담 전화는 통화 요금이 일반 전화에 비해 훨씬 비싸다. 그러나 군대 간 아들이나 친구의 전화라 비싼 요금에도 불구하고 흔쾌히 받았다. 통신사들은 이 점을 노리고 여자 연예인을 내세워 <국방일보> 1면에 광고했다.

여자 연예인들의 몸매를 강조한 광고들은 장병들에게 인기만점이었고, 일부는 관물대 사진으로 이용됐다. 물론 걸리면 혼이 나는 일이다. 왜냐하면 <국방일보>는 보는 것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편철해서 내무반에 걸어놓아야 했기 때문이다. 

군대에서는 잡지나 도서 등은 검열을 받아야 소지할 수 있었다  이 시기에 <국방일보>에 나온 수신자 부담 광고는 여자 연예인의 사진을 합법적으로 소지하거나 볼 수 있었다. 

사이버 대학과 통신 요금, 화장품 광고까지 등장한 '국방일보' 

요즘 <국방일보>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광고는 '사이버 대학'이다. 부사관 같은 직업군인은 물론이고 현역장병까지도 부대 내에서 자격증이나 학점 등을 이수하고 나가는 것을 장려하는 분위기 탓이다. 

내무반에서 휴대폰 사용이 가능해지면서 통신 요금도 광고를 한다. 과거 수신자 부담 전화 광고가 왜 사라졌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여름이 다가오면서 선크림 광고도 나왔다. 군대를 다녀온 지 10년이 넘은 예비역들이라면 "요새 군대 편해졌다. 나 때는 말이야"라고 말할 수도 있다. 히지만 겨울에 로션을 바르듯 여름에 선크림을 허용하는 부대도 많다고 한다. 

간혹 '헌혈' 광고도 나온다. 한국에서 가장 많이 헌혈을 하는 사람이 군인이라 보답 차원으로 보인다. 이외에도 취업과 어학연수, 직업군인 관련 광고도 종종 나온다. 

가장 활기 왕성하게 활동해야 하는 젊은 남성들이 군대에 있는 동안 읽어야만 했던 <국방일보>를 보면서 시대의 변화를 체감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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