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우편함을 보니 병무청에서 고3 아들에게 보낸 편지가 있었다. 군대 갔다 온 남자들은 알겠지만 병무청에서 보낸 편지는 좋을 게 하나도 없다.
무슨 편지인지 궁금했지만, 본인이 아니라 기다렸다가 아들에게 건넸다. 아들도 병무청에서 편지가 왔다는 소리에 긴장하며 편지를 개봉했다.
편지는 아들이 병역준비역에 편입됐다는 안내문이었다.
안내문에는 아들에게 병역의무가 있다며 대한민국 국민인 남성은 대한민국 헌법과 병역법에 따라 병역의무를 성실히 수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간단히 말해 고3 아들은 내년에 신체검사를 받아야 하고 등급에 따라 현역병으로 입영하거나 보충역 등으로 병역 의무를 마쳐야 한다.
당장 군대에 가거나 신체검사를 받지는 않지만, 이제 너는 꼼짝없이 병역 의무를 수행해야 하는 관리 대상임을 콕 짚어 알려주는 통지문인 셈이다.
병역준비역 안내문 발송은 지난해 7월부터 시행된 제도이다. 안내 대상은 매년 18세가 되는 사람으로 올해는 2005년생에게 발송됐다.
병역준비역에 편입된 사람들은 군에 지원이 가능하다. 대신 거주지를 이동할 때 14일 이내에 전입신고를 해야 하고, 25세가 넘으면 국외여행을 할 때는 지방병무청장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아들은 현역으로 갈 예정이다. 우리 집안에서 아들만 현역으로 가면 '병역명문가' (3대 이상 현역 복무 가문)가 되기 때문이다. 올해 부사관 시험도 치르겠다고 한다.
군대를 가려고 마음먹은 아들이지만 마음이 편치는 않다. 특히 요즘처럼 부사관에 대한 처우가 엉망이라 직업군인들이 대거 전역을 선택한다는 소식이 들려올 때마다 흔들리기도 한다.
군대에 가고 싶어 가는 사람은 거의 없다. 군대에 가는 것이 당연한 의무이지만, 싫은 건 싫은 거다. 내년에 신검을 받는 모든 고3 남학생들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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