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영상 관전평] 의혹 해소는커녕 쌓여만 가고... '차기 대선용' 지적도
국토교통부장관은 자칭 일타강사인가, 아니면 지지층 결집 전도사인가.
폴란드 출장 중인 원희룡 국토부장관이 12일 자신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원희룡TV'에 녹화 영상 하나를 올렸다.
영상 제목은 '정치 모략으로 국민과 나라의 미래를 희생시키는 것은 과연 누구입니까? 이재명 @2jaemyung 대표는 이 영상에 답을 하기 바랍니다'다. 칠판에 판서하는 모양새를 취한 그는 '서울-양평 고속도로 김건희 일가 특혜 의혹'을 전면 부인하며 '민주당의 거짓선동'이라고 주장했다.
언론은 "돌아온 일타강사" "원희룡 일타강사 본색" 등의 수식으로 이 영상을 인용 보도했다. 그러나 내용을 자세히 살펴보면 의문은 더 커지는 모양새다.
"선산 땅"이라는 김건희 일가 토지... 호재가 있는데 혜택이 없다?
원희룡 장관은 영상에서 김건희 여사 일가 소유 땅 (양평군 강상면 변산리)을 계속 '선산 땅'이라 부르며 개발에 따른 특혜가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김건희 여사 모친 등 일가가 소유한 땅은 '산'이 아니다. 그들은 2003년과 2008년에 걸쳐 지목 변경을 했다. '산 XXX번지'에서 '산'이 빠지고 '대지' '창고용지' 등으로 지목이 바뀌었다. 이미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를 지적하며 "땅의 가치가 약 56배 상승했다"면서 원 장관에게 "알고 있었느냐"고 물었다. 당시 원 장관은 '알아보겠다'고 답했다.
원 장관은 또 해당 영상에서 '김 여사 일가 땅 주변에는 IC(나들목) 대신 JC(분기점)만 있다며 혜택은 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김 여사 일가 땅에서 중부 내륙고속도로(남양평 IC)와 서울-양평 고속도로 이용이 용이하다는 것 자체가 부동산 시장에서 말하는 '호재'다.
그가 '일타강사'를 자처한다면, 이런 사실들을 모를 리 없다. 그럼에도 '선산'이라 개발을 하지 못하고 특혜도 없다는 논지를 폈다. 이런 논지 전개가 오히려 '뭔가 숨기는 게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부르기 충분하다는 지적이다.
변경안이 더 낫다?... 그러면 예타는 왜 하나
"최적 대안이 있고 양평 주민의 절대다수가 이용하고 교통분산 효과가 가장 큰 이 도로를 놔두고 다른 도로를 한다 이렇게 하면 이게 국정농단인 거예요."
원희룡 장관의 말이다. 그는 국토부가 내놓은 변경안(강상면 종점안)이 최적의 대안이라고 주장했다. 여기서 드는 또 하나의 의문은 '그런 최적의 대안은 왜 그동안 한 번도 나오지 않았을까'다. 몇 년 동안 나오지 않았던 최적의 대안은 왜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자 갑자기 발견됐느냐는 점이다.
과정을 살펴보면 의문은 더 깊어진다. 국토부는 민간용역업체가 변경안을 처음 제안했다고 밝혔다. 용역업체가 조사에 착수한 시기는 2022년 3월 29일로 윤석열 대통령 인수위 기간이다.
통상 민간용역업체는 발주처(국토부)와 사전에 협의를 거치지, 자신들 마음대로 노선을 정하지 않는다. 원 장관은 이 지점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다. 참고로 13일 동해종합기술공사는 양평군 강하주민자치센터에서 열린 국토부 출입기자단 간담회 중 타당성 조사 때 원안에서 개선사항이 드러났다고 설명했다. 이 업체는 "국토부가 강상면이 (종점으로) 더 적합할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한 바는 없다"고 말했다.
용역업체는 조사 기간을 1년으로 계획했지만 국토부는 용역이 끝나기도 전인 지난해 7월에 양평군청에 검토 의견을 물었다. 당시 양평군(국민의힘 소속 전진선 군수)은 변경안(강상면)보다 원안(양서면)에 긍정적인 의견을 냈다. <노컷뉴스> 등의 보도에 따르면, 국토부는 다시 올해 1월에 양평군에 의견을 묻는데 이때 원안이 사라지고 변경안을 타탕성안으로 단독 표기했고, 또 2월에도 변경안을 '대안1'이라고 표기했다.
원희룡 장관은 12일 영상에서 "예비타당성(예타) 조사는 최소한의 경제성 평가"라며 그동안 수차례 바뀐 사례가 있다고 했다. 하지만 바뀐 이유와 얼마나 변경됐는지는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았다. 그의 논리대로라면 예타를 할 필요가 없다. 바뀔 가능성이 큰 안이기 때문이다. 예타를 총괄하는 국토교통부의 수장이 예타 무용론을 제기한 셈이다.
"고속도로 저도 하고 싶습니다"라는 국토부장관의 과거
한편에선 원희룡 장관이 서울-양평 고속도로에 제기된 특혜 의혹 해소에 노력하기보단, 정치쟁점화를 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 배경으로 '차기 대선'을 꼽는 견해도 있다.
천하람 국민의힘 순천갑 당협위원장은 12일 YTN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 출연해 원희룡 장관을 두고 "(서울-양평 고속도로 논란이) 총선에 도움이 될까, 오히려 (원 장관) 대선에는 도움이 약간 될 수 있겠다"면서 "당내 (대선) 경선을 통과할 만한 지지세가 부족해 이번에 한 번 세게 가서 당내 지지층을 결집하려는 정도의 생각이 있는지 모르겠다"고 짚었다.
잠깐 시계를 과거로 돌려보자. 원희룡 장관은 2014년부터 2018년까지 제주특별자치도 도지사를 역임했다. 당시 제주에서 열린 집회 때마다 불린 노래는 '입만 열면 거짓말, 피노키오 도지사'였다.
그가 이런 굴욕을 당한 데는 이유가 있다. 당시 원 지사는 영리병원을 두고 논란이 벌어지자 공론조사위원회의 결정에 따르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공론조사위원회에서 개설 불허 권고안이 나오자 이를 무시하고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당시 원 지사는 영리병원, 제2공항 등 제주의 중요한 사안 때마다 도민 의견보다는 자신의 뜻을 고집하며 강행했다.
이런 전력을 가진 그가 12일 서울-양평고속도로 영상에선 "양평군민들의 의견을 존중해야 한다"고, "저도 고속도로 하고 싶다"고 거듭 강조했다.
정부를 향하는 물음표에 대해선 '그건 아니다'라고 펄쩍 뛰지만 의혹은 해소되지 않고 쌓여간다. 그와중에 해외 출장 중인 주무부처 장관은 사전 녹화 영상으로 여론전에 나섰다. 이 현상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다시 첫 질문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원희룡 국토부장관은 자칭 일타강사인가, 아니면 지지층 결집 전도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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