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자랑으로 채워진 입장문
구체적인 허위 이력 언급 없는 사과
단 한 명도 질문하지 않았던 기자회견 참석 기자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부인 김건희씨가 26일 입장문을 발표했습니다. 허위 이력 관련 논란에 대한 사과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입장문과 기자회견을 보면 국민들이 이해하기 힘든 부분들이 있었습니다. 

김건희씨 사과 기자회견에 나온 것과 빠진 것이 무엇인지 살펴봤습니다. 

남편에 의한 남편을 위한 '남편 자랑'만 있었던 입장문 

김건희씨는 A4 용지 3장의 입장문을 발표했습니다. 입장문은 인사말을 제외하고 크게 네 개의 단락으로 되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내용이 남편(윤석열 후보)에 대한 이야기로 채워져 있었습니다. 

가장 먼저 김씨는 윤 후보를 가리켜 "늘 같은 옷을 입고 다녀도 호탕하고 후배들에게 베풀 줄 아는 남자"이자 자신을 아끼는 남편이라며 자랑을 합니다. 그런 남편이 자기 때문에 "어려운 입장"이 됐다며 남편 걱정을 늘어놓았습니다. 

뜬금없이 아이를 잃었다는 사생활을 고백하더니 또다시 남편을 걱정합니다. "국민을 향한 남편의 뜻에 제가 얼룩이 될까 늘 조마조마하다"며 사과를 하는 이유가 남편 때문이라고 합니다. 

김씨는 마지막까지 남편 대신 자신을 욕해달라며 남편의 지지를 호소합니다. 사과문이기보다는 남편을 그리워하는 아내의 '사부곡'처럼 들렸습니다. 

사과 패러디가 어울리는 감성팔이 

김씨의 기자회견을 본 한 네티즌은 영화 '엽기적인 그녀'에 나온 'I Believe'라는 배경 음악을 편집한 사과 패러디 영상을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렸습니다. 

영화 속에서 견우(차태현 분)가 그녀(전지현 분)를 걱정하는 마음으로 하는 대사에 삽입된 음악처럼 김씨는 기자회견 내내 감성을 자극하고 호소했습니다. 

특히 "결혼 후 어렵게 아이를 가졌지만 남편의 직장 일로 몸과 마음이 지쳐 아이를 잃었다"라는 말은 동정을 유발하려는 목적 외에는 사과문에 들어갈 이유도 필요도 전혀 없는 말이었습니다. 

진정 어린 사과와 해명을 기대했던 국민들은 갑자기 나온 감정 호소에 영화 패러디 영상이 낫다는 반응을 보이며 잘못된 사과라고 지적했습니다. 

사과문에는 빠진 구체적인 잘못과 책임

▲사과문의 정석으로 인정 받는 글 ⓒ온라인커뮤니티 
▲사과문의 정석으로 인정 받는 글 ⓒ온라인커뮤니티 

사과문에는 반드시 본인이 언제 어디서 어떤 잘못을 저질렀는지 구체적으로 적어야 합니다. 그러나 김씨는 "일과 학업을 하는 과정에서 잘못이 있었다"며 애매모호하게 말했습니다. 

김씨는 "잘 보이려고 경력을 부풀리고 잘못 적었다"며 허위 이력이 아니라 부풀리고 잘못 적은 단순한 실수처럼 얼버무렸습니다. 

도대체 어떤 경력을 부풀렸는지, 어떤 이력을 잘못 적었는지 말하지 않고 그저 "부끄러운 일"이라며 법적 책임과 무관한 해프닝처럼 말했습니다. 

김씨는 앞으로 수사를 받겠다거나 법적으로 책임지겠다는 말은 단 한 마디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반성하고 성찰하는 시간을 갖고 아내의 역할에만 충실하겠다"는 말로 모든 것을 끝냈습니다. 

기자들은 단 한 명도 질문하지 않았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부인 김건희씨 허위 이력 논란 기자회견장에 모인 기자들 ⓒMBC유튜브 영상 캡처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부인 김건희씨 허위 이력 논란 기자회견장에 모인 기자들 ⓒMBC유튜브 영상 캡처 

크리스마스 연휴임에도 불구하고 김씨의 기자회견이 열린 국민의힘 당사에는 많은 기자들이 열띤 취재 경쟁을 벌였습니다. 그러나 기자들은 김씨의 입장문 발표가 끝난 뒤에도 조용했습니다. 

국민의힘 측에서 질문을 받지 않겠다고 했어도 질문을 받아야 된다고 항의를 하거나 돌발 질문을 하는 기자가 있을 줄 알았지만, 단 한 명도 없었습니다. 

김씨는 입장문만 발표한 뒤 기자들의 침묵 속에 유유히 기자회견장을 떠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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