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홍준표 의원의 설전에 필리핀 대통령이 언급되면서 외교적 결례를 저질렀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9월 1일 대한노인회중앙회를 방문한 뒤 기자들에게 "행정 수장인 대통령 선거에 나선 후보가 형사처벌에 대한 사법집행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어떻게 보면 좀 두테르테(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 식"이라며 홍준표 의원을 겨냥한 발언을 했습니다. 

전날 홍 의원은 페이스북에 생후 20개월 된 영아를 성폭행하고 살해한 양모씨 기사를 공유하면서 “이런 놈은 사형시켜야 되지 않습니까? 제가 대통령이 되면 반드시 이런 놈은 사형시키겠다”는 글을 게시했습니다. 

윤 전 총장의 말에 홍 의원은 "서울중앙지검장으로 벼락 출세한 보답으로 득달같이 우리 진영 사람 1000여명을 무차별 수사해 200여명을 구속하고 5명을 자살케 한 분이 뜬금없이 나를 두테르테에 비교하는 어처구니없는 말을 하는 것은 번지수가 틀려도 한참 틀린 말"이라며 "나를 두테르테에 비유한 것은 오폭(誤爆)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두테르테이고 귀하는 두테르테의 하수인이었다"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습니다. 

홍 의원의 말에 윤 전 총장은 "(홍 의원이) 두테르테라는 표현에 민감하게 반응한 것 같다"며 "내가 얘기만 한마디 하면 다들 벌 떼처럼 말을 하는데, 제가 총장시절에 했던 수사와 지시에 대해 다들 많은 격려와 칭찬을 해주셨던 분들"이라며 불쾌한 감정을 드러냈습니다. 

두테르테, 높은 지지율과 한국 방산 수출 협력하는 필리핀 대통령 

필리핀 두테르테 대통령은 막말과 마이웨이식 정치인으로 유명합니다.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하며 경찰에 의한 사망자가 최소 6.600명에 이를 정도로 강력한 진압을 해 국제사회에서도 논란이 됐습니다. 

▲필리핀 두테르테 대통령 지지율 추이 ⓒPulse Asia Research
▲필리핀 두테르테 대통령 지지율 추이 ⓒPulse Asia Research

두테르테 대통령은 국제인권단체의 비난은 받고 있지만 취임 이후 지금까지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필리핀 여론조사 기관에 따르면 두테르테 대통령은 지난 2016년 취임 이후 지금까지 75% 이상의 지지율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습니다. 지난해에는 지지율이 91%까지 상승해 역대 필리핀 대통령 중 가장 높은 지지를 받고 있습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높은 지지율을 바탕으로 거침없는 행보를 보이고 있으며 특히 중국의 위협과 반군 진압을 위해 무기 현대화 사업을 밀어붙이고 있습니다. 2018년 방한 때는 직접 한국산 무기를 확인하기도 했습니다. 

필리핀은 부진에 허덕이는 한국 방산업체들의 오아시스와 같았습니다. 지난해 현대중공업은 필리핀 해군의 신형 호위함을 진수했고, 방산업체들은 소총·방탄복·헬멧·군용 차량·고등훈련기·상륙용 장갑차 등 다양한 군수물품을 수출하고 있습니다. 

국방부는 필리핀에 신형 무기 수출과 함께 구형 구축함을 공여하고, '방위사업청'은 한-필리핀 방산군수공동위를 개최하는 등 방산수출 확대와 체계를 구축하는 등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애쓰고 있습니다. 

외교적 결례 논란 '국민의힘 예비후보'들 

해외 언론이나 국제 인권·시민단체, 필리핀 국민이 두테르테 대통령을 비난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다른 나라 정치인이 직접적으로 현직 대통령을 비판한다면 외교적 마찰을 빚을 수 있습니다.

대한민국 대통령이 되겠다는 대선 예비후보가 필리핀 대통령을 가리켜 '두테르테식'이라며 비하 발언을 한 것은 외교적 결례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이광재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위원장은 1일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필리핀은 우리나라와 수교를 맺은 국가이며 많은 우리교민이 살고 있다"며 "국가 경영은 안정감과 균형감이 중요하다. 이 부분을 생각하면서 얘기하면 좋겠다. 대통령 후보로서 품격을 지켰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만약, 홍준표 의원이나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대통령에 당선돼 필리핀 대통령과 만난 자리에서 이런 사실이 언급된다면 방산 수출이 무산될 수도 있거니와 외교적 마찰로 두 나라 사이가 급격하게 나빠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국가를 운영하는 대통령이 되겠다는 정치인이라면 넓은 시야와 깊은 사고를 바탕으로 늘 신중하게 말을 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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