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재앙', 김민수 최고위원 "대통령이라 안 불러"… 윤석열 정부 시절 '호칭 결례' 비판했던 전력 재조명
국민의힘이 현직인 이재명 대통령에게 공식 석상에서 호칭을 생략하거나 비난 표현을 사용하는 사례가 반복되면서 '내로남불' 논란이 거세지고 있습니다. 특히 국민의힘은 윤석열 정부 시절, 더불어민주당이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대통령' 호칭을 붙이지 않은 것을 강력하게 비판했던 전력이 있어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습니다.
국민의힘 지도부 인사들은 이재명 대통령을 지칭하며 '대통령' 호칭을 붙이지 않고 '이재명' 세 글자만 호명하고 있습니다. 특히 장동혁 대표는 당내 회의나 규탄대회 등 공식 석상에서 호칭을 생략하고 수위 높은 비난을 쏟아냈습니다.
"이재명은 그 존재 자체로 대한민국의 재앙이다. 재명이 아니라 재앙이다." (25.11.12)
"이재명은 독재자다." (25.11.12)
"국정조사와 특검을 통해 이재명을 탄핵해야 한다." (25.11.11)
김민수 최고위원도 공식적인 장외집회 자리에서 이재명 대통령을 향해 "저는 이재명을 대통령이라 부르지 않는다"고 공개 발언하며 호칭 거부 의사를 밝혔습니다.
윤석열 정부 시절 국민의힘은 윤석열 정부 초기에 민주당 인사들이 윤석열 전 대통령을 '대통령' 호칭 없이 '윤석열 정권', '윤석열 씨' 등으로 호명한 것에 대해 "공식적인 자리에서 국가원수의 호칭을 생략하는 것은 국가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와 품격이 없다"며 강력히 비판한 바 있습니다.
역대 정권서 반복된 '대통령 호칭 생략'
과거에도 현직 대통령을 향해 '대통령'이라는 호칭을 사용하지 않은 사례는 정치권에서 종종 발생했습니다. 그중에서 가장 논란의 시작으로 꼽히는 사건은 김무성 의원의 발언입니다.
2003년 9월, 국민의힘의 전신인 한나라당 소속이었던 김무성 의원은 의원총회에서 "노무현이를 대통령으로 지금까지 인정하지 않고 있다"고 발언해 큰 논란을 빚었습니다. 이후 한나라당은 공식 회의에서도 노무현 대통령의 이름을 '노무현이'라고 지칭하거나 '노무현 씨' 등으로 부르며 그를 조롱했습니다.
이명박 정부 시절, 당시 야당이었던 민주당의 손학규 대표 등은 대통령 호칭을 생략하고 '이명박 정권', '이명박 정부'라고 불렀습니다. 박근혜 정부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당시 추미애 대표는 '박근혜 대통령'이라는 호칭 대신 '박근혜 정권', '박근혜 씨'라고 호명하며 비판했습니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주호영 당시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언론에 공개된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문재인과 민주당 정권의 대한민국 헌정 파괴와 전체주의 독재국가 전환 시도가 점점 더 극성을 더해가고 있다"고 말해 큰 논란이 되었습니다.
최근인 지난 2월, 국회에서 열린 계엄 관련 청문회에서 정진석 전 대통령비서실장은 "일부 야당 의원님들께서는 대통령에 대한 호칭을 '내란수괴', '윤석열이가', '윤석열' 이렇게 호칭하고 계십니다"라며 운을 띄웠습니다. 이어 "야당 지도자가 범죄 피의자라고 해서 이름만 달랑 부르지는 않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라는 호칭으로 해주시기를 정중하게 요청드립니다"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미국 정치권의 '대통령 호칭' 에티켓
그렇다면 미국 정치권의 상황은 어떨까요? 미국 국무부 등 공식 프로토콜에 따르면, 현직 대통령에 대한 대면 인사 및 공식적인 서한에서는 "Mr./Madam President" (미스터/마담 프레지던트)를 사용하는 것이 정통 에티켓입니다. 이는 초대 대통령인 조지 워싱턴 시절부터 확립된 유서 깊은 전통입니다.
미국에서 'Mr. President'는 단순한 이름이 아니라 국가 원수와 행정부 수반의 직책을 상징하는 직책명으로 간주됩니다. 따라서 상·하원 의원들이 공식적인 의정 활동이나 대중 연설에서 현직 대통령을 그저 이름으로만 호명하는 것은 상대를 깎아내리거나, 그 직책의 권위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강력한 정치적 메시지가 됩니다.
물론 미국에서도 극심한 정쟁 상황에서는 의원들이 대통령의 이름만을 언급하며 비판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다만, 그럴 경우에도 상대를 존중하지 않는다는 비판과 함께 의회 정치의 격을 떨어뜨린다는 논란을 항상 동반합니다.
정치권 "공식 발언의 무게 무시"… 내로남불 지적 커져
대통령을 지칭하는 호칭은 발언이 이루어지는 '자리'의 성격에 따라 그 무게가 달라집니다. 정치권에서 논란이 되는 '공식적인 자리'는 국회 본회의, 상임위원회, 당의 공식 최고위원회, 공식 논평, 기자회견, 대중 집회(주요 연설) 등을 포함합니다.
이러한 공식 석상에서 호칭을 생략하는 것은 단순한 비판을 넘어 국가 원수이자 행정부 수반으로서의 직책 인정 자체를 거부하며 시스템 권위에 도전한다는 의미를 내포합니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이재명 대통령에 대해 호칭을 생략하며 '독재자', '재앙' 등 수위 높은 비난을 이어가는 것은 과거 자신들이 비판했던 행태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는 '내로남불'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정치권에서는 여야를 막론하고 공식적인 자리에서의 대통령 호칭 생략은 상대 정권에 대한 불만을 넘어, 국정 운영 시스템과 국가원수 직책 자체의 권위를 부정하는 행위로 비칠 수 있으므로 자제해야 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참고로, <아이엠피터뉴스>는 탄핵 등으로 대통령직을 상실한 전직 대통령에게는 ~씨로 호칭하기도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