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속의 야당'이라는 평도 있었지만, 결국 오락가락 스탠스로 신뢰 잃어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1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당 대표직 사퇴 입장을 밝히고 있다. 2024.12.16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1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당 대표직 사퇴 입장을 밝히고 있다. 2024.12.16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당대표직을 사퇴했습니다. 지난 7·23 전당대회에서 대표로 선출된 지 146일 만입니다. 

그가 국민의힘 당대표직에선 물러났지만 정치에서 은퇴를 하거나 대권까진 포기하지 않았다는 해석이 나옵니다. 실제로 한 전 대표는 16일 오전 사퇴 기자회견을 마치고 떠날 때에도 지지자들을 향해 "여러분, 포기하지 않습니다"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일각에선 윤석열 대통령 탄핵 가결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비판하며 대선 주자는 나올 수 없다고 주장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오히려 가능성이 높다고 반박합니다.

누구의 주장이 옳은지 아직은 알 수 없지만, 당대표직에서 물러나면서 지금까지의 정치는 실패한 것만은 분명해 보입니다.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됐던 한동훈... 여당 속 야당?

지금이야 한 전 대표가 국민의힘 내부에서 찬밥 신세처럼 보이지만, 그의 시작은 그 누구보다 화려했습니다. 

한 전 대표는 지난해 12월 비대위원장 임명 투표에서 참여한 전국위원 650명 중 627명의 찬성을 받았습니다. 7월 전당대회에서도 62.8%(당원투표·국민여론조사 합산)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습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을 대표하는 인물로 손색이 없었습니다. 특히 한 전 대표는 비대위원장 시절부터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 의혹이나 이종섭 전 호주대사 임명, 황상무 전 시민사회수석 거취, 의대 증원 문제에서 윤 대통령과 다른 입장을 고수하면서 '여당 속의 야당'이라며 합리적인 보수라는 평가도 받았습니다. 

여기까지만 보면 한동훈 전 대표가 정치적인 강단과 색깔이 뚜렷한 것 같지만, 막상 그 과정을 보면 빨간색도 아니고 분홍색도 아닌 어정쩡한 컬러였습니다. 

윤석열 눈치보기? 애매모호한 한동훈의 정치 

이른바 '윤-한 갈등'이라며 한 전 대표가 윤 대통령과 반대편에 섰다고 할 수도 있지만, 자세히 들여보면 답답한 모습이 자주 나왔습니다. 예를 들어 명품백 수수 의혹에 대해 "국민들이 걱정할 부분은 있다"면서도 몰카 공작이라고 규정하거나 특검법에는 반대하는 등의 애매모호한 입장을 취한 부분입니다. 

채 상병 특검도 마찬가지입니다.  국민의힘 전당대회 시기에는 '민주당에서 추진하는 특검법에는 반대하지만 대법원이나 기타 제3자집단에서 추천하는 인사로 구성된 특검은 찬성한다'라고 말해놓고 정작 당대표가 되자 아무런 결실이 없었습니다. 

12월 3일 비상계엄 선포 이후 12월 7일까지의 한동훈 전 대표 발언
12월 3일 비상계엄 선포 이후 12월 7일까지의 한동훈 전 대표 발언

이번 내란 사태에서도 비슷한 모습이 재연됐습니다. 비상계엄 선포 직후에는 "비상계엄 선포는 위법·위헌이다. 국민과 함께 막겠다"라고 강력하게 말하더니 5일 국민의힘 최고위원 회의에선 "윤 대통령 탄핵안이 통과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말을 바꾸었습니다. 

한 전 대표는 12월 6일에는 "윤 대통령의 조속한 직무 집행정지가 필요하다"고 말했지만 7일 윤 대통령의 '우리당 일임' 담화 발표 이후에 한덕수 총리와 만난 뒤에는 "총리와 당이 긴밀히 소통하겠다"고 말했습니다. 

1차 탄핵소추안 표결이 불성립된 이후에는 "윤 대통령이 질서있게 퇴진하도록 민주당과도 협의하겠다"라며 또다시 말을 바꾸었습니다. 비상계엄 선포 후 일주일 동안 한 대표의 말과 입장이 너무 오락가락해서 기자들조차 헷갈릴 지경이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탄핵소추안이 가결되고 난 후 국민의힘 의원총회에서 한 전 대표를 향한 성토가 이어지자 "저는 당 대표로서 의견을 냈을 뿐"이라며 "제가 투표를 했습니까. 헌법기관 한 분 한 분이 투표해서 결과가 나온 것이라고 생각한다"라며 굉장히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습니다. 

리더십의 부재? 정치 경험과 자질 부족?

▲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 파인그라스에서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를 만나 대화하고 있다.한 대표 옆에는 정진석 대통령실 비서실장이 배석했다. 2024.10.21 ⓒ 대통령실 제공 
▲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 파인그라스에서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를 만나 대화하고 있다.한 대표 옆에는 정진석 대통령실 비서실장이 배석했다. 2024.10.21 ⓒ 대통령실 제공 

한동훈 전 대표의 당대표 사퇴를 두고 그가 리더십이 없어서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그가 강력한 리더십이 없었던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일까요? 

한 전 대표는 윤석열 대통령이 법무부 장관에 비대위원장에 당대표까지 만들어준, 이른바 윤의 보은을 입은 인물입니다. 이랬던 두 사람의 갈등이 최고조로 달했던 결정적 이유는 바로 '공천' 때문입니다. 

정치인에게 가장 큰 무기는 '공천'입니다. 그런데 총선을 앞두고 비례공천으로 윤-한 갈등은 깊어졌고, 한 전 대표는 리더십을 발휘할 무기를 상실했습니다. 물론, 공천이라는 무기를 가져오지 못한 한 전 대표의 능력도 부족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전 대표는 검사 출신입니다. 두 사람은 정치적인 경험과 경력이 거의 없습니다. 그래서 어떤 정치적 결정을 내리고 말할 때 이후 발생할 후폭풍이나 결과를 제대로 예측하지 못했습니다.

만약 한 전 대표가 국민의 대다수가 윤 대통령의 탄핵을 요구하고 가결될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고,  더 빠르게 반윤의 수장으로 강한 면모를 보였다면 어땠을까요? 어쩌면 국민의 지지도 받고, 합리적인 보수의 새로운 지도자로 차기 대선 주자까지 무난하게 입성할 수도 있지 않았을까요? 

한 전 대표가 국민의힘 당대표에서 물러나는 것이 오롯이 한 전 대표의 문제만은 아닐 수 있습니다. 어쩌면 그와 국민의힘이 가진 태생적 한계와 구성원들이 갖고 있는 권력에 대한 사고방식이 안 맞을 수도 있었을 겁니다.

그가  어떤 방식으로 언제 다시 정치를 할지 예상하긴 어렵지만, 12.3 윤석열 내란 사태에서 보여준 국민의힘의 국민보다 윤석열 지키기 기조가 변하지 않는다면 국민의힘 차기 대선 후보로 성공할 가능성은 희박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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