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아내와 딸이 탄 버스가 사고가 났다. 크게 다치지는 않았지만, 딸이 보내준 사진을 보고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사고로 뒷부분이 많이 파손된 승용차가 렌터카였기 때문이다.
버스와 렌터카 중 누가 잘못을 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버스나 택시는 조합에서 사고 처리를 하기 때문에 렌터카가 100% 무과실로 끝나기는 어려워 보였다. 조합 사고 처리 담당자와 보험 회사가 맞붙으면 일반 사고에 비해 조합원(버스·택시 운전사)의 과실 비율이 낮아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
렌터카는 제주 여행의 필수품이 됐다. 대중교통이 나름 잘 됐다고 해도 배차 시간이 30분 간격인 제주에서 승용차만큼은 편하지는 않다. 그래서 대부분의 여행객들은 렌터카를 이용한다.
문제는 렌터카를 이용하다가 사고가 나면 처리가 쉽지 않다. 렌터카 보험은 일반 자동차보험처럼 사고를 100% 책임지지 않는다.
렌터카는 '일반 면책', '고급면책', '완전면책' (슈퍼 완전 자차 등 렌터카 회사마다 명칭이 다름) 등의 '차량 손해 면책' 제도가 있다. '일반 면책'의 경우 본인 부담금과 휴차 보상료가 있는 대신 저렴하고 '고급면책'과 '완전 면책'은 본인 부담금이 없는 대신 비싸다.
중요한 것은 '고급 면책'이라도 면책 한도가 최대 500만원인 보험들이 많아, 조금만 큰 사고가 나도 본인이 부담해야 하는 금액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최근 3년간 렌터카 회사가 수리비를 과다하게 요구했다는 민원이 40.6%(354건)으로 가장 많았다.
렌터카 회사는 고객이 수리비를 부담하니 단순 도색이면 끝날 수리를 새 부품으로 교환하는 경우도 있다. 그만큼 렌터카 회사들의 수리비는 고객의 예상 금액보다 훨씬 많이 나온다.
가뜩이나 비싼 렌터카 수리비인데, 만약 전기자동차를 이용하다가 교통사고가 나면 몇천만 원의 수리비가 나올 수 있다. 실제로 지난해 렌터카 전기차 수리비가 4천만원이 나와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전기차는 배터리팩 가격이 싼 것은 1,300여만원에서 비싼 것은 2,300만원이 넘어 다른 승용차에 비해 수리비가 훨씬 많이 나온다. 이외 다른 부품도 일반 승용차에 비해 비싸다.
렌터카 회사들은 전기차를 보조금을 받아 구입했기 때문에 폐차까지 간다면 고객에게 보조금까지 청구할 수도 있다.
특히 렌터카는 대인, 대물뿐만 아니라 '휴차보상료'를 내야 한다. 사고로 렌터카를 운행하지 못한 만큼 그 피해를 고객이 부담한다. 보통 차량 대여요금의 50%에 해당하는데, 1일 10만원 차량의 경우 10일만 해도 50만원이다. 일부 렌터카 회사는 일일 대여요금의 100%를 '휴차보상료'로 요구하기도 한다.
렌터카에서 '완전 자차'라고 말해도 면책 한도 500만원으로는 수리비를 감당하기에도 턱 없이 부족한 경우가 있다. 그래서 렌터카를 빌릴 때는 보상한도(면책한도)를 '무제한'으로 선택하는 편이 안전하다.
또한, 타이어, 스마트키, 내비게이션 파손 등 일부 보험 적용이 불가능한 경우도 있다. 우도에서 운전하다 사고가 나면 보험이 불가능한 렌터카도 있다. 이외에도 ▲정원 초과 ▲음주운전 ▲중앙선 침범 ▲제한속도보다 20㎞/h 이상 초과 과속, ▲어린이보호구역 안전운전의무 위반 등 중과실도 면책 적용이 불가능하다.
과거에는 운전면허증만 있으면 누구가 렌터카를 빌릴 수 있었다. 렌터카 사고가 급증하고 운전교습 목적으로 렌터카 이용 사례가 적발되자, 지금은 만 23세 또는 만 26세 이상이나 운전면허증 취득 후 1년 이후로 제한이 있다.
하지만 만 26세가 넘고 운전면허증을 취득한 지 1년이 지났다고 딱히 운전 경력까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소위 말하는 장롱면허인 경우도 많다.
렌터카 여행자의 경우 제주 여행을 왔다는 들뜬 마음과 일행이 기다리고 있다는 조급함에 약관이나 보험 종류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빌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사고가 나지 않으면 다행이지만, 만약 대형 사고가 나면 패가망신할 수도 있다.
제주경찰청에 따르면 최근 3년간 매년 500~600건의 렌터카 사고가 발생한다. 제주 지역 전체 교통사고의 10~15%를 차지하고 있다. 516도로처럼 위험한 도로를 운행하다 사고를 내는 렌터카도 많다.
여름 성수기와 휴가철을 맞아 제주로 오는 관광객이 늘어나고 있다. 7월에만 100만명이 넘는다고 한다. 렌터카 이용률도 덩달아 증가했다.
관광객이 많은 7~9월이면 1차로에서 천천히 달리는 렌터카를 쉽게 목격한다. 풍경을 보거나 동승자와 장난치느라 지그재그로 운전하는 렌터카도 있다. 갑자기 차선을 변경하거나 급하게 차를 세우는 경우도 있다.
솔직히 이런 렌터카 운전자를 보면 도민들 입장에서는 화가 난다. 렌터카를 추월하다가 사고를 나는 경우가 자주 발생하는 이유이다.
렌터카로 휴가를 만끽하고 여행을 즐기는 것도 좋지만 사고가 발생하면 운전자나 동승자, 상대방 모두가 힘들고 고통스럽다.
'설마 사고가 날까'하는 마음도 들겠지만, 제주에서 발생하는 교통사고 10건 중 1건은 렌터카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올해 여름은 교통사고로 다치거나 여행을 망치는 렌터카 운전자들이 없도록 모두들 안전 운전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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