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소속 의원들에게 긴급공지... '낙승', '압승' 언급 시 징계... 이재명 “골프랑 선거는 고개 들면 져"
더불어민주당이 소속 의원들에게 "대선에서 압승한다"라는 등의 '낙관론' 발언을 금지하는 '긴급공지'를 내렸습니다.
20일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상임총괄선대위원장은 소속 의원들에게 긴급 지시사항을 전달했습니다. '긴급공지'를 보면 가장 먼저 "연설과 인터뷰, 방송 등에서 예상 득표율 언급을 금지"한다고 밝혔습니다. 다음으로 "선거 결과에 대해 '낙승', '압승' 등의 발언을 금지"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아울러 "실언하지 않도록 언행에 각별히 유의해달라"고 당부했습니다.
마지막으로 "현재부터 '예상 득표율', '낙승' 언급 시 징계를 포함해 반드시 책임을 묻겠다"면서 "섣부른 낙관은 투표율 하락으로, 오만함은 역결집으로 이어질 뿐이다. 끝까지 절박하고 겸손하게 호소해 달라"고 강조했습니다.
긴급공지의 영향으로 이날 조승래 중앙선대위 대변인도 이 후보의 득표율 목표치를 묻는 질문에 "목표치는 없고 이기는 게 목표다"라며 "선거라는 게 가면 갈수록 어쨌든 팽팽하게 진행되게 돼 있다"며 지나친 낙관론을 경계했습니다.
앞서 이재명 후보도 지난 16일 전북 군산 유세 현장에서 "골프하고 선거는 고개를 쳐들면 진다 이런 이야기를 하지 않느냐"며 "실제로 그렇다. 아주 겸손한 마음으로 절박한 심정으로 호소드릴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 후보는 "선거 결과는 아무도 알 수 없는 것이고, 저희 목표는 한 표라도 이기는 것"이라며 "얼마를 이기는 건 다음 문제인데, 저희는 지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려고 한다"고 말했습니다.
민주당이 낙관론을 경계하는 세 가지 이유
현재 이재명 민주당 후보의 지지율을 보면 50%가 넘습니다. 김문수 후보와의 격차도 오차 범위를 훌쩍 넘어 '압도적'이라고 할 만큼 벌어졌습니다. 그럼에도 민주당이 '득표율'과 '압승' 등을 언급하지 않도록 경계령을 내린 이유는 무엇일까요?
① 투표율 저조 우려
선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투표율입니다. 특정 정당이나 후보를 지지하는 유권자들의 투표율이 높을수록 선거에서 이길 확률이 높아집니다. 문제는 선거에서 이길 수 있다는 낙관론이 퍼질수록 지지층의 투표율은 낮아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소위 "어차피 이기는데, 나 하나쯤"이라는 투표 기피 현상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특히 이번 대선 사전투표일은 금요일과 토요일이 아닌 평일인 목요일과 금요일에 치러집니다. 사전투표율이 높은 민주당 지지층이 많은 직장인들의 투표율이 낮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② 보수 결집 경계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의 지지율이 아무리 낮아도 보수는 기본적인 득표율이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 선거가 아무리 일방적으로 흘러도 보수는 항상 결집해 왔습니다.
실제로 지난 2017년 박근혜 탄핵 이후 치러진 보궐선거를 앞두고 나온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의 지지율은 10% 미만이었습니다. 하지만 막상 투표 결과를 보면 홍 후보는 24.03%를 득표했습니다.
여론조사 공표 금지 기간에 샤이보수들의 결집이 이루어질 수도 있습니다. 그동안 지원 유세에 나오지 않았던 한동훈 전 대표가 부산에서 첫 지원유세를 시작했습니다. 국민의힘이 아직까지 '반이명 빅텐트'를 효과적으로 구성하지 못했지만, 지속적으로 반명 인사들이 지원 유세에 나선다면 보수의 결집도 충분히 가능해 보입니다.
③ 말 한마디에 뒤집힌 역대 선거
선거에서 역풍은 엄청난 사건으로 발생하지 않습니다. 누군가의 말 한마디에 선거가 뒤집히거나 예상한 성적표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합니다.
2004년 총선에서 정동영 당시 열린우리당 의장은 "60대 이상, 70대는 투표 안 해도 괜찮다"며 "그분들은 곧 무대에서 퇴장할 분들이니까 집에서 쉬셔도 된다"고 말했습니다. 당시 노무현 대통령 탄핵 역풍 덕분에 열린우리당은 압승을 거둘 수 있었지만, 정 의장의 발언으로 고령층이 분노하면서 152석에 그쳤습니다.
2018년 지방선거 당시 정태옥 자유한국당 의원은 TV 토론에서 "멀쩡한 사람이 서울 살다가 이혼하면 부천, 망하면 인천으로 간다"라고 말했습니다. 정 의원의 '이부망천' 발언은 선거 내내 회자되었고, 자유한국당은 지역 비하 정당이라는 오명을 뒤집어 썼습니다.
2012년 총선에선 김용민 당시 민주통합당 후보의 막말이 2020년 총선에선 차명진 미래통합당 후보의 '세월호 막말'이 선거의 주요 이슈로 떠올라 득표율에 영향을 끼쳤습니다.
지난해 치러진 총선에서도 더불어민주당은 후보들에게 '총선 낙관론', '범야권 200석 확보' 등의 발언을 하지 못하도록 엄중 경고했습니다. 이는 역풍을 경계하며 내린 조치였습니다. 우려가 현실로 나타난 듯 총선 결과 범야권은 200석을 얻지 못했습니다.
선거는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라는 말은 정치인들에게 당연한 진리입니다. 투표 하루 전이라도 선거는 뒤집힐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각당 후보들의 당선 여부와 상관없이 이번 선거에선 국민을 조롱하고 무시하는 막말이나 비하발언이 나오지 않기를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