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8일 국내 일부 언론들은 스타 셰프로 유명한 이연복씨의 중식당 '목란' 본점이 폐업한다는 기사를 포털에 내보냈습니다.
<세계일보>와 <일간스포츠>, <스포츠 조선> 등은 '문 닫는다', '폐업'이라는 단어를 제목에 사용해, 마치 이연복 셰프가 운영하는 중식당 '목란'이 완전히 망한 것처럼 보도했습니다.
기사가 나가고 몇 시간 뒤 이연복 셰프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오늘 아침 기사를 보고 깜짝 놀랐다"며 "서울 목란이 바로 문 닫는다는 기사가 올라와서 많은 지인들의 문의가 온다"는 글을 올렸습니다.
이연복 셰프는 "연희동 근처에 가게 하나 매입해서 내 가게를 하는 게 꿈이자 희망을 이야기 한 건데 바로 문 닫는다는 기사가 올라와서 오해 없기를 바란다"며 당부의 말을 남겼습니다.
'목란' 부산점 폐업은 적자가 아닌 인력난 때문
사실은 이렇습니다. 이연복 셰프는 오래전부터 지금보다 규모가 작더라도 자신의 건물에서 식당을 하길 원했습니다. 그 꿈을 위해 연희동 목란 본점 근처 단독주택을 경매로 낙찰받았고, 이 소식을 <연합뉴스>가 보도했습니다.
<연합뉴스> 보도 이후 일부 언론들은 '목란' 부산점 폐업과 연관 지어 코로나19 때문에 문을 닫는다고 앞다퉈 포털에 기사를 송고했습니다.
이연복 셰프는 '목란' 부산점이 적자라 매장을 폐업하는 것이 아니라 인력난으로 종료한다고 밝혔습니다. 사람 구하는 게 너무 힘들고 일부 직원이 그만두면서 남아 있는 직원에게 업무가 과중됐고, 인력난의 악순환으로 폐업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언론들이 코로나와 연관 지어 이연복 셰프의 식당이 폐업한 것처럼 보도한 기사들의 시작은 MBN ‘신과 한판’에 출연해 "작년 통계를 내봤더니 적자가 1억 2천만 원 정도 났다"는 발언입니다.
<조선일보>는 "“적자 1억2000만원”… 이연복도 코로나에 부산 식당 닫는다"라는 제목으로 스타 셰프도 코로나 여파를 이기지 못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식당들은 코로나로 영업시간이 축소되고 거리 두기로 입장 인원이 제한되면서 큰 손실을 봤습니다. 당연히 이연복 셰프의 식당도 피하지 못했습니다. 다만, 이연복 셰프의 사례는 본질적으로 다른 부분이 있습니다.
이연복의 꿈 '월세 안 내고 장사 하고 싶다'
2015년 이연복 셰프는 <허프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쉬는 날 없이 매일 일하는 이유가 임대료 때문이라고 밝혔습니다. 특히 자신의 건물이 아닌 이상 임대차 계약을 하기 위해 이리저리 옮길 수밖에 없는 자영업자의 고충도 토로했습니다.
이연복 셰프는 예전부터 방송과 지인들에게 월세 안 내며 장사를 하고 싶다는 꿈을 여러 번 얘기했습니다. 이번에 구입한 주택으로 '목란' 본점을 이전하면 지금 식당보다 규모가 작아도 본인의 건물이기에 월세를 내지 않아도 됩니다.
언론들은 이연복 셰프의 꿈과 자영업자들이 가장 힘든 임대 문제 등의 고충은 보도하지 않고, 코로나 때문에 식당이 폐업한다고 보도했습니다.
다른 건물을 구입해 식당을 이전하는 것을 왜 굳이 '폐업'이라고 보도하는지도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자극적인 제목으로 클릭수를 유도하겠다는 의도처럼 보입니다.
특히 메이저 언론이라면 이연복 셰프에게 직접 물어볼 수도 있었지만 취재하지 않고, 단편적인 경매 낙찰 소식만 가지고 확대 해석했다는 점도 문제입니다.
'삼인성호'(三人成虎)
세 사람이 말하면 거짓말도 진실이 된다
'삼인성호'(三人成虎)라는 고사성어가 있습니다. 한비자 내저설에 나오는 말로, 위나라 방공은 자신이 조나라에 인질로 가 있는 동안 모함하는 무리가 생길까봐 왕에게 질문을 합니다.
방공이 "어떤 사람이 저잣거리에 호랑이가 나타났다고 하면 믿겠습니까?"라고 묻자 왕은 "안 믿는다"고 했습니다.
"두 사람이 호랑이가 나타났다고 하면 믿겠습니까?"라고 재차 물었지만 왕은 "그래도 안 믿는다"고 했습니다. 방공이 "세 사람이 호랑이가 나타났다고 하면 어떻습니까?"그러자 왕은 "그러면 내가 믿는다"라고 답했습니다.
'삼인성호'(三人成虎)는 세 사람이 말하면 거짓말도 진실처럼 보인다는 뜻입니다.
3개의 언론사가 포털에 이연복 셰프의 식당이 폐업했다고 하니 진짜 망한 것처럼 보입니다. 일반인도 아닌 언론사가, 그것도 하나도 아닌 여러 개의 언론사가 일제히 보도하면 안 믿을 사람이 누가 있겠습니까?
언론사는 잘못된 보도를 할 때마다 '가짜뉴스'가 아니라 '오보'라고 합니다. 문제는 언론사가 주장하는 '오보'가 가짜뉴스보다 훨씬 확산도 빠르고 피해도 크다는 사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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