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C 서울 특파원 "레드라인 지켰단 점 인상적" ... '15% 기준' 제시했던 국힘, 타결되자 " 13%로 합의했어야"

▲ 백악관이 공개한 한미 무역합의 문서에 서명하는 트럼프 대통령 © 백악관X 갈무리
▲ 백악관이 공개한 한미 무역합의 문서에 서명하는 트럼프 대통령 © 백악관X 갈무리

한국과 미국의 관세 협상이 타결됐습니다. 주요 내용을 보면 상호 관세와 한국산 자동차의 대미 수출 관세는 15%로 결정되었으며 3500억 달러의 대미 투자도 포함됐습니다. 미국산 자동차는 무관세이고, 쌀과 소고기는 추가로 개방하지 않기로 합의했습니다 

외신은 한미 관세 협상 타결에 한국이 대체로 '선방'했다고 평가하면서 보도했습니다. <블룸버그 통신>은 "이번 합의로 8월 1일부터 시행될 예정이었던 상호관세율 25%와 징벌적 조치들을 피할 수 있게 됐다"고 전했습니다. 

<CNN 방송>은 "예정된 25% 관세가 부과됐다면 한국경제에 더 큰 재앙이었을 것"이라면서 "지난 4월부터 미국이 한국과 수십 개 국가에 부과하던 최소 관세율인 10%보다는 높은 수준인 15%"라고 보도했습니다. 

<뉴욕타임스>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위협했던 25%보다는 완화된 수준"이라며 "지난 6월 새 정부가 선출되면서 미국과 무역 협상을 재개해야 했던 한국인들에게는 긴 여정이었고, 이재명 대통령은 농산물 시장 같은 어려운 문제를 두고 싸움을 벌여야 했다"고 전했습니다. 

미국의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이 대통령은 이번 주에 직접 협상단을 워싱턴 D.C.에 파견해 협상 마무리를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면서 "이번 합의는 이 대통령에게 있어 국내 정치적으로 조기 승리로(an early domestic political victory) 평가된다"고 보도했습니다. 

BBC 서울 특파원이 본 '한미 관세 협상' 

▲ 진 맥켄지 BBC 서울 특파원이 한미 관세 협상 소식을 전하는 모습 © BBC 유튜브 갈무리
▲ 진 맥켄지 BBC 서울 특파원이 한미 관세 협상 소식을 전하는 모습 © BBC 유튜브 갈무리

<BBC 뉴스>는 진 맥켄지 서울 특파원을 통해 '한미 관세 협상' 소식을 자세하게 전했습니다. 맥켄지 기자는 "이번 주 한국은 관세 협상 타결에 정말 많은 압박을 받았다"면서 "미국은 중국을 제외하고 전 세계에서 한국산 제품을 가장 많이 수입하는 나라이고, 한국은 미국과의 무역에서 막대한 흑자를 내고 있어 이번 협상은 애초부터 굉장히 중요했다"고 말했습니다. 

맥켄지 기자는 "지난주에 일본과 유럽연합이 15% 관세 합의를 먼저 성사시켰기 때문에 한국 협상단은 반드시 15% 수준의 조건을 확보해야 했다"라며 "한국이 15% 조건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고 전했습니다. 

이어 "이번 주 협상 과정에서 우려됐던 건 한국이 15%라는 목표를 세웠기 때문에 만약 그걸 달성하지 못한다면, 솔직히 말해 재앙에 가까울 정도로 불리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양보해야 할 수도 있다는 것이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맥켄지 기자는 "한국은 핵심적인 사안들에서 꽤 잘 방어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특히 자국이 설정한 '레드라인'을 지켰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고 평가했습니다.  그 배경을 두고 "한국은 미국산 농산물 시장, 쌀과 소고기 시장을 개방하고 싶지 않았다고 명확히 밝혀왔다. 한국의 농민들은 한 치라도 양보할 경우 대규모 시위를 예고한 상황이었다"면서 "미국은 (쌀과 소고기 시장 개방을) 강하게 압박했지만, 한국은 강경하게 버틸 수 있었다"고 강조했습니다. 

한국이 미국에 약속한 3500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두고 맥켄지 기자는 "세부 내용을 보면 일부는 한국에 유리한 부분이 있다"며 "가장 큰 금액인 1500억 달러는 미국의 조선업에 투자될 예정인데 이건 한국의 전략에서 핵심적인 부분이었다"고 말했습니다. 그 이유에 대해 "한국은 조선업이 매우 발전해 있고, 현대, 한화 같은 대기업들이 미국 시장에 진출하길 원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아울러 "나머지 금액 역시 대부분은 이미 바이든 행정부 시절에 약속된 투자금이지만 아직 실행되지 않았던 것들"이라며 "이 투자금은 미국 내 자동차, 전기차 배터리와 반도체 제조 산업체에 투입될 예정"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국힘, 관세 15% 제시했다가 타결 후에는 "13%는 됐어야"

▲ 송언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가 3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송언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가 3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외신들은 대체로 '선방'했다고 봤지만, 야당인 국민의힘은 박한 평가를 내놨습니다. 하지만 누리꾼들은 불과 하루 전만 해도 15%를 말하던 국힘이 돌연 입장을 바꾸자, 이를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송언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관세 협상 타결 전인 7월 30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일본이나 EU처럼 15%로 협상을 타결하지 못하면 국민이 잘못된 결과라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습니다. 이후 15%로 타결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15% 관세율로 합의가 된 점은 일본이나 유럽연합(EU)과 동일한 차원이기 때문에 적절한 수준"이라면서도 "우리나라 자동차 관세율은 제로였지만 일본은 2.5%를 적용받고 있었다. (일본과) 동일하게 15%의 관세율이 적용되면 일본 차의 경쟁력이 커지는 점이 우려된다. 사실상 우리 자동차의 손해"라고 평가했습니다.

박성훈 국민의힘 수석대변인도 31일 "우리는 원래 0%였다. 동일한 15% 관세를 적용받으면 손해가 되는 것이다"라며 "일본, 유럽연합과 동일한 기준에서 협상됐다고 하려면 13%까지는 낮췄어야 했다"라고 밝혔습니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도 "일본은 자동차만 봐도 그동안 2.5%의 관세가 있었다"면서 "대한민국은 한미 FTA로 0% 무관세였는데, 0%인 자동차 수출이 이제 15% 관세가 붙는 것과 2.5%에서 15%로 되는 것은 자동차 산업의 경쟁력, 수출 경쟁력에 있어서 크게 차이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하지만 일각에선 "현실적으로 미국이 한국만 13%에 합의해준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했다"라고 반박하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한편, 이번 한미 관세 협상 결과는 오는 2주 내 이재명 대통령이 미국 백악관을 방문한 자리에서 공식 발표될 예정입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새로운 대통령의 선거 승리를 축하하고 싶다"며 한미 정상회담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습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아이엠피터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