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석 컷오프, "이재명 대표 약속한 명문정당 믿었는데"
정청래 "친노·친문은 되고 친명은 안 되냐"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28일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의 공천배제 재고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4.2.28 ⓒ연합뉴스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28일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의 공천배제 재고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4.2.28 ⓒ연합뉴스

"양산 회동에서 이재명 대표가 굳게 약속한 명문(이재명-문재인)정당과 용광로 통합을 믿었지만, 지금은 그저 참담할 뿐이다. 왜 이렇게까지 하는지 도무지 납득이 되질 않는다"

서울 중·성동구갑 공천에서 컷오프된 임종석 전 문재인 대통령 비서실장의 말입니다. 임 전 실장은 28일 국회 소통관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전략공관위의 추천 의결을 재고해 달라"면서 자신의 컷오프가 친문 배제이자 명문 약속을 저버린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설훈 의원은 28일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진행자가 "문 전 대통령이 '명문 정당으로 가야 한다'며 '임종석 전 실장을 비롯한 세 명 정도를 잘 좀 챙겨달라'고 부탁했다는 말이 있다"라고 하자 "문재인 대통령이 (이재명 대표에게) 그렇게 간곡하게 주문했는데 임 실장을 잘라버린 건 '나 당신 말 못 듣겠습니다' 이 선언이지 않은가"라고 말했습니다. 

두 사람의 발언 모두 이재명 대표가 문재인 전 대통령과의 약속을 저버린 것이라는 전제 조건이 깔려있습니다. 당시 박성준 대변인은 문 전 대통령이 "우리는 ‘명문(이재명·문재인) 정당’"이라며 "총선을 즈음해 친문·친명을 나누는 프레임이 있는데, 우리는 하나이며 단합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고 전했습니다. 

일각에선 깊이 들어가면 친문을 봐달라는 약속으로 볼 수도 있지만 선거를 앞둔 계파 갈등을 우려한 전직 대통령의 발언에 불과하다는 해석도 있습니다. 또 한편에서는 친문이 문 전 대통령만 믿고 이재명 대표를 너무 흔드는 것이 아니냐는 주장도 있습니다. 

정청래 "친노·친문은 되고 친명은 안 되냐"

27일 열린 민주당 의원총회에서는 비명계 의원들의 성토가 이어졌습니다. 당시 자유토론에 나선 의원은 27명이었는데 대부분 비명계로 알려졌습니다. 

이날 홍영표 의원은 "왜 당신 가죽은 안 벗기느냐. 남의 가죽을 벗기면 손에 피칠갑을 하게 된다."며 이 대표를 공격했습니다. 의총이 끝난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는 "명문(이재명-문재인) 정당이 아니라 ‘멸문 정당’이 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고민정 의원은 전날 당 최고의원회의에 불참한 데 이어 27일에는 "오늘부로 최고위원직에서 물러나겠다"며 하루 만에 전격 사퇴했습니다. 

당내 공천 갈등이 파국으로 치닫자 이재명 대표는 28일 기자들과 만나 "입당도 자유고 탈당도 자유지만 경기하다가 질 것 같으니까 경기 안 하겠다는 건 국민들이 보기에 아름답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 대표는 기자들에게 "공천받으면 '친명'으로, 공천에서 탈락하면 '반명'이나 '비명'으로 (후보를 표현하는 것은) 자제해 달라"고 당부했습니다. 

정청래 최고위원도 이날 아침에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언론들은 입맛대로 똑같은 정치인을 어떤 때는 친노-비노로 또 친문-비문으로, 친명으로 비명으로 낙인찍기 장사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민주개혁 진보 세력 국민들은 김대중을 사랑하고 응원하고, 노무현·문재인을 지지하고 지켰고, 지금은 이재명을 지키자 한다"면서 "친노·친문은 되고 친명은 안 되냐"라고 반문했습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나설까?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최고위원 등 지도부가 4일 오후 경남 양산시 하북면 평산마을 문재인 전 대통령 사저에서 문 전 대통령과 오찬을 하고 있다. 2024.2.4 ⓒ더불어민주당제공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최고위원 등 지도부가 4일 오후 경남 양산시 하북면 평산마을 문재인 전 대통령 사저에서 문 전 대통령과 오찬을 하고 있다. 2024.2.4 ⓒ더불어민주당제공

지금 민주당에서 벌어지는 갈등을 단순히 친명과 친문 계파의 공천 싸움이라고 한다면 해결책은 간단합니다. 문재인 전 대통령과 이재명 대표가 만나 공천에 대해 논의를 하면 됩니다. 

설훈 의원은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 진행자가  "그럼 이 타이밍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은 어떤 선택을 할 것으로 보냐"라고 묻자 "문 전 대통령은 워낙 점잖은 분이고, 대통령 임기 끝나고 물러난 분이기에 이 상황에서 앞장서서 어떻게 해야 한다고 하진 않을 것"이라고 답변했습니다. 

설 의원의 말처럼 문 전 대통령이 나설 일은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입니다. 오히려 주변에서 이 대표를 만나달라고 요청을 해도 선거가 끝난 후에나 만날 것이라는 말도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친노-친문-친명은 시대적 흐름이고 세대교체의 일환이기에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공천잡음은 어느 선거에서나 있었기에 갈등 봉합이 중요하지 공천 그 자체를 문제 삼아 탈당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원하는 것은 민주당의 통합이 친문 공천 보장은 아닐 것입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친문을 살리겠다며 나설 일은 없어 보입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아이엠피터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