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특별자치도가 제주에 오는 모든 사람들을 대상으로 코로나19 진단검사를 의무적으로 받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제주행 비행기를 타기 위해서는 코로나19  진단검사를 받은 후 음성판정 확인서, 음성판정 문자, 의사 소견서 등을 제출해야 탑승이 허용되는 것입니다.

제주 입도 전 코로나19 검사 의무화 방안은 수도권 등 타 지역 방문자로 인해 확진자가 계속 늘어났기 때문입니다.

지난 11월부터 12월 15일까지 제주 지역 확진자는 70명입니다. 이 중 수도권 등 타 지역에서 온 제주 방문객으로 인한 확진자는 42명입니다. 여기에 육지를  방문한 도민과 관련한 확진자 10명을 포함하면 무려 70%가 넘습니다.

제주도는 최근 수도권에 익명으로 검사가 가능한 선별 진료소 150여곳이 설치됐고, 30분 이내 코로나 검사를 받을 수 있는 키트 등을 활용한 공항 선별진료소를 설치한다면 충분히 가능하다는 입장입니다.

입도 전 코로나19 검사 의무화 조치는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가 격상되는 18일 0시부터 시행될 예정이라고 알려졌지만, 아직 정확한 일정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원희룡 제주지사의 입도 전 코로나 검사 의무화 추진 방안에 대해 도민들의 반응은 회의적입니다. 문제점은 없는지 살펴봤습니다.

① 하루 공항 이용객 5만명, 진단 검사 가능할까? 

▲제주 공항 입도객을 대상으로 발열 체크를 하는 모습. 입도객들은 공항 내 워크스루 선별 진료소를 통해 코로나19 검사를 받을 수 있다.
▲제주 공항 입도객을 대상으로 발열 체크를 하는 모습. 입도객들은 공항 내 워크스루 선별 진료소를 통해 코로나19 검사를 받을 수 있다.


한국공항공사 제주지역본부가 밝힌 제주공항 항공수송 실적을 보면 1일 평균 374편이 운항하고, 56,540명이 이용했습니다. 코로나19로 전년도 대비 이용객이 32% 줄었지만 연말연시를 맞아 늘어날 전망입니다.

제주에 오기 위해 항공기를 탑승하는 관광객과 도민을 합쳐 하루에만 5만 명입니다. 이들 중 절반이 사전에 코로나19 검사를 받는다고 해도 최소1~ 2만 명의 탑승객들이 공항에서 검사를 받아야 합니다.

30분 내 코로나 검사 진단 키트가 있다고 해도 대기자가 많을 경우 탑승 전에 코로나 검사를 받고 음성판정 확인서 발급까지는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제주행 비행기를 탑승 하기 위해 공항에 3~4시간 전에 나와야 하는 등 현실적인 어려움이 뒤따릅니다.

특히 업무 등을 위해 육지를 방문하는 제주도민의 경우 바쁜 일정으로 쉽지 않은 일입니다. 육지 방문 도민들은 제주에 도착한 뒤 공항에 마련된 워크스루 선별 검사소를 이용하거나 사흘 이내에 지역 선별진료소를 통해 코로나19 검사를 받는 방안도 제시됐지만, 검사 뒤 다른 사람과 접촉한다면 의미가 없습니다.

제주행 비행기 탑승 전 코로나19 검사 의무화는 늘어나는 확진자를 막기 위한 예방 조치로 검토할 수 있는 방안입니다. 그러나 방문자로 인한 확진자만 있었던 11월에 충분한 준비를 거쳐 시행됐다면 훨씬 효과적이었을 겁니다.

② 타 지역 방문 확진자보다 더 무서운 도내 감염

▲제주 성안교회에 마련된 선별검사 진료소. 성도들을 대상으로 코로나19 검사를 진행하고 있는 모습 ⓒ제주도
▲제주 성안교회에 마련된 선별검사 진료소. 성도들을 대상으로 코로나19 검사를 진행하고 있는 모습 ⓒ제주도


11월에는 관광객이나 타 지역 방문 외부 확진자로 인한 감염이 대부분이었습니다. 그러나 12월이 되면서 김녕성당, 제주 시내 고등학교발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도내 감염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12월 16일 기준 김녕성당발 확진자가 11명으로 늘어났습니다. 문제는 확진자 대부분이 성당이 있는 구좌읍이 아닌 타 지역에 살고 있다는 점입니다. 제주 도내에서도 다른 지역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서귀포시 성산읍 공무원 확진자가 발생한 이후 제주시 소속 공무원 100여명이 조문한 장례식장에 있던 상주가 확진 판정을 받았습니다. 밀접 접촉자는 아니지만, 민원인과 대면이 많은 공무원들이라 확진자가 나올 경우 제주 전 지역이 위험해질 수 있습니다.

15일에만 제주에서는 15명의 확진자가 발생했습니다. 코로나 발병 이후 사상최대 확진자입니다. 앞으로 얼마나 도내 감염으로 인한 확진자가 늘어날지 모릅니다. 당장 급한 것은 외부 지역에서 오는 관광객의 전면 통제가 아니라 도내 확산을 막는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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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진단검사, 1일 500건에서 2000건으로 폭발적인 증가 

제주 도내 확진자가 늘어나면서 접촉자와 동선 지역 방문자들의 코로나19 진단검사도 폭증하고 있습니다. 제주 지역 선별진료소마다 검사를 받기 위해 몰려든 도민들로 주변 일대가 마비될 지경입니다.

제주도 보건환경원이 하루에 진단할 수 있는 코로나19 검사는 대략 500건입니다. 그런데 15일에만 1698건의 진단검사를 실시했습니다. 미처 하지 못해 다음날로 넘어간 검사만 500여건입니다.

제주도 역학조사관은 12명입니다. 이들은 도내 확진자는 물론이고 제주여행 후 타 지역에서 확진 판정을 받은 사람들의 역학조사까지 맡고 있습니다. 일부 역학조사관은 과로로 쓰러지기도 했습니다.

지금 원희룡 지사가 해야 할 일은 제주 항공기 탑승 전 코로나19검사 의무화가 아닙니다. 코로나19 검사 의무화가 시행된다고 해도 물리적으로 1~2만 명이 모두 검사를 받는 것이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해 보입니다. 시간과 시스템 정비에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그렇다면 지금 할 수 있는 일부터 해야 확산을 막아낼 수 있습니다.

제주지사는 타 지역 확진자의 외부 유입도 막아야 하지만, 도내 확산을 막기 위한 진단 검사 인력 확충과 30분내 코로나 진단 키트 제주도 보급 등을 우선적으로 시행해야 합니다.

도민들은 제주도가 확진자의 동선을 제대로 공개하지 않거나 코로나 상황을 알려주는 홈페이지가 마비되는 사례가 발생하면서 원희룡 도정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고 불안감도 커지고 있습니다.

원 지사는 인력을 충원하라는 명령만 내릴 것이 아니라 지금 당장 현장으로 달려가야 합니다. 도내 코로나19 감염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 보건 인력이 어느 정도 부족한지 제대로 파악하고 발 빠르게 대처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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