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 홈페이지 '동쪽이 위인 지도(East-Up Map)' 게재... “한반도 전력은 미국 방어선 내부에 위치한 전력”

▲ 한미군이 제작해 내부교육용으로 사용하고 있는 ‘동쪽이 위인 지도' © 주한미군 사령부 제공
▲ 한미군이 제작해 내부교육용으로 사용하고 있는 ‘동쪽이 위인 지도' © 주한미군 사령부 제공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 사령관이 17일 주한미군 홈페이지 등을 통해 '동쪽이 위인 지도(East-Up Map)'를 공개하며, 한반도와 주한미군의 전략적 의미를 재인식할 수 있는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브런슨 사령관은 이 지도를 통해 전통적인 군사적 관점에서 벗어나, 한국이 인도·태평양 안보 구상에서 갖는 숨겨진 전략적 이점을 명확히 인식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브런슨 사령관은 기존의 시각이 가진 한계를 지적하며 글을 시작했습니다. 그는 "기존 북쪽이 위를 향하는 표준 지도를 회전시켜 동쪽이 상단을 향하도록 하면 완전히 다른 전략적 구도가 드러난다"라고 운을 뗐습니다.

전통적인 관점에서 인도·태평양은 멀리 떨어진 동맹들로 구성된 광대한 공간으로 인식되었으며, 미국은 위기나 충돌 발생 시 먼 거리에서 전력을 투사(projection)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사령관은 "지도를 돌리면 전략적 그림은 완전히 달라진다"라며 "한반도에 배치된 미군 전력은 이제 보강이 필요한 원거리 자산이 아니라 위기나 유사시 미군이 진입해야 하는 방어선 내부에 이미 자리 잡고 있는 전력으로 재인식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이 지도를 통해 한반도 배치 전력이 단순히 강화가 필요한 취약한 전진 배치 전력이 아니라, 다중 적국에 즉각적인 압박을 가할 수 있는 최적의 내부 전력으로 재평가되어야 한다고 명시한 것입니다. 

한반도, 러시아·중국 견제하는 '전략적 중심'

브런슨 사령관은 '동쪽이 위인 지도'가 한반도의 지정학적 가치를 재평가하는 핵심 도구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해당 지도는 한국이 한반도 동쪽에서 러시아 함대의 진입을 억제하고 동시에 서쪽에서 중국의 활동을 견제하는 능력을 보유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는 한국의 지리적 위치가 단순한 취약점이 아니라 전략적 이점이며, 전구(戰區) 내 전략적 중심 위치를 제공하여 러시아와 중국 양측에 압박을 가할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브런슨 사령관은 확장된 인도·태평양 안보 구상에서 한국, 일본, 필리핀을 연결하는 삼각 전략의 중요성도 역설했습니다. 그는 이 세 상호방위조약 동맹들을 미국과의 개별적인 양자 관계가 아닌 "삼각형의 각 꼭짓점"으로 보아야 한다고 주장하며, 이들의 집합적 잠재력을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한국은 전구 내 전략적 중심 위치를 제공하며 러시아와 중국 양측에 압박을 가하는 역할을 맡고, 일본은 첨단 기술 능력을 통해 주요 해상 거점 통제, 필리핀은 남쪽으로부터의 접근과 태평양과 인도양을 연결하는 핵심 해상 통로를 장악하는 역할이라고 자세히 설명했습니다. 

주한미군의 유연성 확대와 연합 작전의 중요성 

브런슨 사령관은 주한미군 유연성 확대의 필요성을 묻는 국내 언론들의 물음에 명확한 입장을 밝혔습니다.

그는 "(유연성이) 준비 태세의 핵심 자산이며 변화하는 환경에서도 억제력의 신뢰성을 유지하게 하는 기반"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특히 "인도·태평양 지역의 위험성은 여러 작전 영역과 경계를 넘나들며 진화하고 있다"고 진단하며 유연한 대응의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또한, 한국의 기여 확대 필요성과 관련한 물음에는 "전방의 외곽 거점처럼 인식돼 온 한반도가 접근성·도달성·영향력을 갖춘 전략적 중심 위치로 인식된다는 점은 한국에게도 의미가 있다"며 "한국의 지리적 위치는 취약점이 아니라 전략적 이점이며, 한반도에 배치된 전력은 가장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억제력"이라고 말했습니다. 

브런슨 사령관은 '동쪽이 위인 지도'가 부대 이동과 관련한 문제가 아니라 "현재 배치의 의미가 달라지는 문제"임을 명확히 했습니다. 이 지도는 "우리가 이미 결정적인 공간 내부에 있다는 현실을 인식하게 하고 이를 기반으로 워게임과 훈련을 설계하도록 유도한다"고 덧붙였습니다. 

브런슨 사령관은 새로운 전략적 인식 아래 한미 연합사의 통합 역량 강화가 필수라고 재차 강조했습니다. 

그는 "우리는 먼 거리에서 전력을 투사하는 게 아닌 내부에서 작전하는 위치에 있게 되었다"라며 "한미 연합사 차원에서 양국 보급 동기화, 합동·전 영역 작전을 전제로 한 기획 노력, 그리고 억제력을 지속적으로 검증하는 연습 등 통합의 필요성이 강화된다"고 말했습니다. 

이러한 주한미군 사령관의 발언은 주한미군이 한반도를 넘어 인도·태평양 전체의 안보 구상에서 더욱 능동적이고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할 것임을 시사하고 있다는 해석도 나옵니다. 

▲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이 지난 8일 경기 평택시 캠프 험프리스에서 기자간담회를 하는 모습. © 주한미군 사령부 제공
▲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이 지난 8일 경기 평택시 캠프 험프리스에서 기자간담회를 하는 모습. © 주한미군 사령부 제공

제이비어 브런슨 사령관은 미 육군 대장(General)으로, 현재 주한미군사령관, 유엔군사령관, 한미연합군사령관을 겸임하고 있습니다. 그는 미국 워싱턴주 루이스-맥코드 합동기지(Joint Base Lewis-McChord)에 위치한 제1군단(I Corps)의 사령관을 역임했습니다. 그는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등 주요 분쟁 지역에서 지휘 경험을 쌓았으며, 다국적군 및 연합사령부와의 협력에 능통한 전략가로 알려져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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