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서 타운홀 미팅... 김 장관, 안전한 일자리와 '모두의 AI' 강조

▲ 부산 사상역 인디스테이션에서 열린 '부산의 미래 일자리 함께 묻고 답하다' 타운홀 미팅에서 김영훈 고용노동부장관이 참석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부산 사상역 인디스테이션에서 열린 '부산의 미래 일자리 함께 묻고 답하다' 타운홀 미팅에서 김영훈 고용노동부장관이 참석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부산을 찾아 지역 노동 현안을 직접 청취했습니다. 지난 5일 "부산의 미래 일자리 함께 묻고 답하다"는 주제로 열린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 초청 타운홀 미팅, 1시간 30분이 넘게 이어진 타운홀 미팅은 단순한 정책 설명이 아닌, 지역 경제 위기와 노동 현장의 첨예한 고통이 오가는 '민원 해소의 장'이었습니다.  

이날 김 장관은 행사장에 들어서기 전 입구에서 피켓과 현수막을 들고 서 있는 노동자들에게 다가가 일일이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궁금한 점을 묻기도 했습니다. 

김 장관은 기조연설에서 "우리가 믿고 있는 게 다 진실인가? 민영화가 효율성을 가져온다는 '큰 거짓말'이 여전히 존재한다"며 "여전히 우리는 갈등한다. 공장 안으로까지 우리의 민주주의는 확산되지 않는 것인가? 여러분들과 나눌 고민"이라며 화두를 던졌다. 김 장관은 "좋은 일자리 하나를 위해서 온 나라가 나서야 한다"며 "민·관·학계·노동조합이 연결된 해결책의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가슴에 유서를 쓰고 다닌다"... 배달 노동자의 절규와 사회적 갈등

▲ 부산 사상역 인디스테이션에서 김영훈 고용노동부장관 초청 타운홀 미팅에서 배달 라이더 양기혁씨가 발언하고 있다
▲ 부산 사상역 인디스테이션에서 김영훈 고용노동부장관 초청 타운홀 미팅에서 배달 라이더 양기혁씨가 발언하고 있다

가장 뜨겁고 생생한 목소리는 배달 노동자 양기혁 씨로부터 터져 나왔습니다. 자신을 부산 전 지역을 곳곳에 배달하는 라이더라고 소개한 그는 "직장인은 가슴에 사표를 얹고 다니고, 배달 노동자는 가슴에 유서를 쓰고 다닙니다"라며 플랫폼 노동의 위험성을 단적으로 표현했습니다.

양씨는 배달 라이더들의 위험한 질주가 배달 플랫폼 기업들의 과도한 영업방식 때문이라며 고용노동부의 선제적 대응을 촉구했습니다. 더 나아가 그는 심각한 사회적 갈등의 단면을 고발했습니다. 외국인 노동자들이 한국인 명의를 도용해 일하고 있으며, 등록제가 아닌 인증제 때문에 "한국인들의 명의를 사고팔고 하는 행위가 벌어지고 있다"면서 "(이로 인해) 일거리가 줄어든 한국인 라이더들이 불법 노동자를 쫓아다니며 신고하고, 반대로 외국인 집단은 한국인 라이더를 유인해 집단 폭행하는 '사회 구조적 갈등'이 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다"고 토로했습니다. 

김 장관은 '사용자 없는 노동자'가 등장하는 '긱 이코노미'(Gig Economy. 일시적인 단기 계약을 뜻하는 경제 시스템)의 구조적 문제를 인정했다. 그는 "기존 제도가 못 따라가고 있다"며 "산재보험법으로는 노무 제공자로 포섭되지만, 중대재해처벌법으로는 일터의 관할권 문제로 사각지대가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올 연말까지 가칭 '일하는 사람 권리 보장 기본법' 초안을 국회에 제출할 계획을 밝혔습니다. 이 법은 플랫폼 노동자 등 폭넓은 사각지대 노동자들을 보호하고, 분쟁 발생 시 해결 방안을 규정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김 장관은 "화물연대 안전 운행제처럼 최소 보수제처럼 다양한 규제 및 보호 방안을 고민 중"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애타게 김 장관만 바라보는 노동자들... "이런 자리 자주 만들어 달라"

▲ 부산 사상역 인디스테이션에서 열린 김영훈 고용노동부장관 초청 타운홀 미팅에는 부산 지역 노조 관계자들과 노동자들이 참석했다.
▲ 부산 사상역 인디스테이션에서 열린 김영훈 고용노동부장관 초청 타운홀 미팅에는 부산 지역 노조 관계자들과 노동자들이 참석했다.

"11년간 요양병원에서 근무를 했는데10개월째 월급을 받지 못하고 있다. 다자녀 가정인데 너무 힘들다. 이사장은 해외여행 다닌다고 신문에도 나왔다. 퇴직금도 받지 못하고 나왔다. 열심히 일한 대가가 극단적인 생각까지 할 정도의 생활이라니, 아이들에게 좋은 세상이라고 말할 수가 없다. 장관님은 노동자출신이니 저희를 위해서가 아니라 기본(임금 지금)은 지킬 수 있게 도와달라"

"부산 중견 기업인데 노조를 설립하려고 하자 회장님이 '노조를 뿌리 뽑아야 한다. 내가 살아있을 때는 절대로 노조가 못 들어온다. 노조에서 탈퇴하지 않으면 공장 문을 닫아버리겠다'라는 말을 스스럼 없이 한다. 오늘 아침 조회에도 그런 말씀을 하셨다"

"국가 1급 중요시설에 근무하는 청원 경찰은 55년째 3조 교대 근무를 한다. 주 6일제도, 주 5일제 때도 요즘 4.5일제가 논의되는 시대에도 똑같다. 두 번의 실태조사를 했지만 10년이 넘어도 변한게 없다. "

"부산에서 사회적 기업을 한다는 것이 가장 불행하다는 마음이 들정도로 답답하다. 경기도의 사회적 기업 관련 예산은 500억이지만, 부산은 고작 20억이다. 옆에 있는 협회 사무국장도 청년 사회적기업가인데 대출 연장 때문에 은행에 갔다 왔다. 너무 힘들다" 

"부산 시립예술단 단원이다. 연습공간이 없어 자비로 외부 연습실을 이용했는데 근무태만이라고 한다. 9급 공무원의 90% 수준 급여이지만, 악기 유지비, 소모품, 연습 공간 대여료 등을 개인 비용으로 지불해야 한다. 부산 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국 예술단이 공통으로 겪는 현실이다" 

사회자의 선택을 받은 노동자들은 마이크를 쥔 손을 내리지 않고 끊임없이 자신들의 억울함과 민원을 호소했습니다. 그만큼 그들의 현실이 절박했기 때문입니다. 결국 이날 타운홀 미팅에 배정된 노동자들과 김 장관의 질의 응답은 30여분이었지만 김 장관은 자신이 나서서 1시간까지 늘렸습니다. 

노동자들의 각종 민원에 대해 김 장관의 답변은 단호했습니다. 개별 현장 민원에 대해서는 대통령이 해결할 수 없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타운홀 미팅 방식과 똑같았습니다. 하지만 임금 체불에 대해선 참석한 고용노동청 관계자에게 실태 파악을 지시했습니다. 

행사가 마친 뒤에도 노동자들은 떠나는 김 장관에게 자기 사연을 앞다퉈 말했고, 김 장관은 정책 질의서나 하고 싶은 말을 행사 관계자에게 전달하면 빠짐없이 읽어보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이날 참석한 부산 지역 노조위원장들은 "이런 자리를 자주 만들어줬으면 좋겠다"고 입을 모으며, 지역 차원에서 해결하기 어려운 민원이나 정책 제안을 직접 전달한 소통 창구가 부족하다는 아쉬움을 드러냈습니다.

"여기서는 그래도 되니까"... 존중받는 일터로의 대전환 예고 

▲ 부산 사상역 인디스테이션에서 열린 '부산의 미래 일자리 함께 묻고 답하다' 타운홀 미팅에서 김영훈 고용노동부장관이 참석자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 
▲ 부산 사상역 인디스테이션에서 열린 '부산의 미래 일자리 함께 묻고 답하다' 타운홀 미팅에서 김영훈 고용노동부장관이 참석자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 

이날 타운홀 미팅에서 김 장관이  강조했던 것은 안전과 AI 시대 미래 일자리였습니다. 김 장관은 런던베이글뮤지엄 사태를 여러 차례 언급했고, 패널로 참석했던 CBS 기자는 산재 사고 유족들이 근로 기록을 확보하지 못해 회사와 법적 다툼을 벌여야 하는 현실의 부당함을 지적했습니다. 

김 장관은 지역 향토 기업들이 부산을 떠나는 상황에 대해  기업들이 부산에 정주할 수 있는 여건 마련이 시급함을 인정하며 "산자부(산업통상자원부)나 중기부(중소벤처기업부)와 고민해 봐야 할 부분"이라며 "대통령의 말처럼 부처 간 벽을 허물고 협력을 통한 종합 대책 마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정부가 추진하는 '5극 3특 체제' 속에서 부산이 해양 물류의 수도로서 북극 항로의 전진기지가 될 것이며, 연내 해양수산부의 이전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김 장관은 미래 일자리의 핵심 과제인 AI 전환에 대해서는 '모두의 AI' 철학을 강조했습니다. "모두가 AI를 활용할 수 있도록 직업 훈련을 강화하고, AI를 통해 높아진 생산성이 골고루 취약 계층에게 내려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모두의 AI 철학의 기본 방향"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날 김 장관은 웹툰 <송곳>에 나온 "여기서는 그래도 되니까"라는 말을 인용하면서 "노동기본권이 후순위로 밀려도 여기서는 그래도 되니까, 산재도 잘 안 들어주는 이유 중에 하나가 먹고살기 바쁜데 경제 성장을 하다 보면 사람 좀 다치고 죽고도 하는 거지. 뭐 그런 거 없이 희생 없이 어떻게 선진국 되냐라고 하는 그러한 인식들이 팽배가 있었던 게 아닌가 생각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청년들이 원하는 곳 중에 하나가 청결한 화장실인데, 왜 이렇게 개선이 안 되나. 여기서는 그래도 되니까 이런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된다"면서 "(고용노동부는) 화장실 전면 개보수, 천원의 아침밥, 노동자 작업복 세탁소 등 중소기업을 다니더라도 존중받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게 하겠다"고 말했습니다. 

김 장관은 "다만, 이 전제는 노동조합을 존중하고 산재 없고 임금 체불 없고 괴롭힘 없는 이런 회사들 인증제를 통해서"라며 "(이런 기업들에게)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좋은 일터에서 생산성도 높아지고 기업도 잘 된다는 것들을 이 정부 내에서 한번 입증해 보겠다"고 강조했습니다. 

마지막으로 김 장관은 "부산의 청년들이 부산에서 나고 자랐듯이 거기서 자신들의 꿈을 펼칠 수 있도록, 청년들의 상식이 통하는 그런 일터가 될 수 있도록 저도 열심히 응원하겠다"는 말로 타운홀 미팅을 마무리했습니다. 

김영훈 장관은 34년간 철도 기관사로 근무했으며 철도노조 위원장, 민주노총 위원장을 역임했습니다.  

[풀영상 보러가기] 

https://www.youtube.com/live/WDTKpCGZERM?si=zUXQLrcEZGlZTU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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