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군 예하 부대에서 부식 빼돌린 의혹 제기... 병사들 정량은커녕 오히려 부족
공군 예하 부대에서 부대 관계자가 병사들이 먹어야 할 부식을 빼돌리고 있다는 제보가 나왔습니다.
지난 26일 X (구 트위터)에는 "X친들의 도움을 구합니다"라는 제목으로 "공군부대 식당에서 일하는 친구의 사연을 많이 퍼지게 해달라"는 글이 올라왔습니다.
사연을 종합해 보면 조리사 자격증을 갖고 공군부대 식당 정직원으로 취업한 제보자는 정년 이후에도 계약직 등으로 일할 수 있었지만 6월 말까지만 일하라는 통보를 받았다고 합니다. 이유는 식당에서 일하는 다른 조리사가 부대로 들어온 부식을 외부로 빼돌려 부대 내 간부와 횡령하는 모습을 목격하고 제보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월, 수, 금 음식재료들이 들어오는데 뜯지도 않은 많은 양의 음식재료들(완제품도 있음)이 그대로 밖으로 유출되고 있는 현장입니다. SUV 차량으로 나가는데 그 양이 엄청 많다고 합니다. SUV 차량은 13년째 근무하고 있는 같이 일하는 여자분 차량입니다. 밖으로 유출해 팔고 그 돈은 여자와 담당 상사가 함께 나눈다는 정보입니다." (제보 내용)
실제로 제보 증거 자료로 올린 사진을 보면 차량에 부식을 싣는 모습이 나옵니다. 또한 2023년 7월 24일 업무일지를 보면 "점심메뉴에 수박이 있지만 수박은 나오지 않음"이라고 기록돼 있습니다. 일지에는 "수박을 가져가지 말고 남겨두었다 썰어야 하는 것 아닐까? 참 보기 힘든 풍경이다"라고 적혀 있습니다.
업무일지에 세세하게 기록한 이유에 대해선 "어느 날 수박 4통이 들어와 크고 두껍게 썰면 부대원들이 큰 거 한쪽씩 먹을 수 있는데 그 조리사는 얇게 썰어 2통만 소비하고 나머지 2통은 밖으로 빼냈다"며 "이런 모습을 계속 보는 것이 많이 힘들어 일기장 형식의 업무일지를 기록했다."라고 밝혔습니다.
제보자에 따르면 조리사가 부식을 빼돌려 어떻게 하는지 궁금해 "이 많은 것이 어디로 가냐고 물었더니 친청 어머니가 노인정에서 팔 것은 팔고, 무료로 줄 것은 나누어 준다"고 했답니다. 제보자는 "세금이 너무 줄줄 새는 것 아니냐고 불편함을 토로했더니 취사담당 병장이랑 불편한 관계가 지속되고 있다"고 털어놓기도 했습니다.
국방헬프콜에 제보했더니 국민신문고로 민원 제기하라
제보자는 부식 횡령과 재계약 문제를 국방헬프콜에 제보했지만 "안타깝게도 국방헬프콜에 보내주신 자료로는 부조리한 부분에 대한 사실을 조사하기 어려움이 있음을 양해말씀드린다. 국민신문고로 민원을 제기하시면 관련부서에서 사실 확인 후 답변이 이루어질 수 있으니 참고 바란다"라는 답변을 받았다고 합니다.
군대에서 발생한 비리, 횡령 사건임에도 국민신문고라는 민간인이 이용하는 민원 제도를 이용하라는 상담관의 답변은 다소 이해하기 힘든 대목입니다.
제보자의 사연을 올린 X 유저는 "사정에 의해 조회수 15.7만 이후 삭제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돈 없고 빽 없는 내게 든든한 빽이 되어준 너의 X친들에게 너무너무 감사했다고 꼭~ 전해줘~"라며 친구의 감사 인사를 전하면서 "조사가 진행 중이라 결과 나오면 응원해 주신 X친들께 자세히 알려드리겠다"라고 밝혔습니다.
병사들의 입이 아닌 개인 주머니로 들어가는 비리는 언제까지
제보자가 담당 병사와 나눈 카톡 대화를 보면 갈비가 모자라 한바탕 소동이 일어난 사건이 있었습니다. 제보자는 병사에게 "점심에 갈비를 넉넉히 먹고 싶어들 하는데 두 봉지 따로 왜 빼놓는지 알 수가 없네"라며 "저녁에 야채튀김도 사병들이 너무 좋아하니 다 튀겼음 하는데 그도 따로 빼놓고"라고 말했습니다. 병사에게 돌아갈 부식이 외부로 빼돌려지면서 급식이 정량은커녕 오히려 부족해진 것입니다.
광복 이후 한국 군대는 항상 군대 내 횡령으로 병사들이 고통받았습니다. 나아졌다고 하지만 여전히 부식을 빼돌리는 횡령 사건이 벌어집니다. 실제로 2022년에도 군수사령부 예하 부대장이 취사병을 시켜 병사들이 먹을 삼계탕을 냄비째 빼돌린다는 제보가 '육군훈련소대신전해드립니다'에 올라오기도 했습니다.
한편, 같은 해 서해 최북단 백령도 해병대에서 대대장으로 근무하던 아무개 중령은 부식창고 점검 중 발견한 유통기한을 넘긴 고추장이 아까워 독신자 숙소에 두고 먹었지만 다 먹지 못해 평소 알던 음식점 사장에게 먹으라고 건넸습니다. 아무개 중령은 이 사건으로 청렴의무 위반에 따른 견책 징계를 받았습니다. 해병대사령부에 항고했지만 기각당했다가 행정소송을 통해 겨우 구제받을 수 있었습니다.
유통기한이 지난 고추장에도 이리 엄격한 군대가 병사들이 먹어야할 부식이 빼돌리고 있는 엄청난 횡령 사건에는 관대한 이유가 쉽게 납득이 되지 않습니다.
군대 횡령 사건이 벌어질 때마다 누리꾼들은 "진짜 벼룩의 간을 빼먹지. 방산비리, 군 횡령은 거의 사형에 준해야 한다"고 입을 모아 말합니다. 도대체 언제까지 대한민국 군대에서 병사들의 입에 들어갈 부식이 개인 주머니로 들어가는 모습을 봐야 하는지 국방장관에게 묻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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