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지헌 "더 이상의 검찰 셀프수사는 어려워"... 2020년 유퀴즈 출연 때 "실무와 형사 사법 체계 괴리감"
법사위에 출석해 검찰의 관봉권 띠지 분실 사건과 검찰 개혁안에 날카로운 의견을 낸 경찰이 과거 예능프로그램에서도 검찰 개혁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던 것으로 알려져 화제입니다.
지난 22일 송지헌 서울 양천경찰서 수사과장은 법사위(법제사법위원회) 검찰개혁 입법 청문회에 출석했습니다. 이날 청문회에는 건진법사 관봉권 띠지 분실 사건에 연루된 검사와 수사관 등도 증인으로 출석했고, 여당 위원들은 띠지 분실 사건 의혹을 추궁했습니다.
이날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띠지 사건 얘기를 쭉 듣고 있던 송 과장에게 "(관봉권 띠지 사건을) 검찰이 수사하는 게 맞겠느냐"고 물었고, 송 과장은 "더 이상의 셀프수사는 어려울 것 같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검찰 내부에서 발생한 증거 인멸 훼손 의혹이므로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조직이 자체적으로 조사를 진행하여 국민적 의혹을 해소하기는 힘들 것이라는 취지로 검찰 수사에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송지헌 "기소청 분리는 권한이 아닌 기능의 분리"
이날 송 과장은 "영국은 수사 구조 개혁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얻어 (기소권을) 왕립기소청으로 이관했다"라며 검찰 개혁안에 대한 의견도 밝혔습니다.
그는 "1829년 영국에서 근대 경찰제도가 도입하면서 157년간 경찰에서 수사와 기소, 공소 유지에 모든 권한을 독점해 왔다"며 "그러다가 길스포드 사건으로 수사기관이 고문과 허위 자백 강요를 통해 수사와 기소를 강행하는 것을 보고, 영국은 대한민국의 논의와 반대로 경찰의 독점적 권한 기능을 분산하는 제도 개선을 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김용민 의원은 "지금 대한민국에서 벌어진 얘기와 똑같다"라며 "경찰이 독점하던 수사권, 기소권을 나눠서 검찰을 만들겠다고 하니까 난리 난다고 했다"고 말했습니다.
김 의원은 1985년 영국 의회 속기록을 자료로 보여주면서 '관료제 팽창'과 '비용 증가', '기소청 신설은 추가적인 부담만 더할 것'이라는 당시 비판이 지금과 비슷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송 과장은 "(기소청 신설은) 권한의 분산이기도 하지만 사실상 기능의 분산"이라며 "검찰 해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만 검찰 해체가 아니라 검찰이 독점하고 있는 수사의 기능과 기소의 기능을 분산해서 그 기능을 이관하는 내용"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견제 균형의 원리가 잘 작동하는 글로벌 스탠드에 부합하는 형사법 체계를 만들고자 하는 것이 지금 논의(검찰 개혁안)의 주된 내용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송 과장은 "현재 논의되는 방향대로 진행을 한다고 해도 검찰은 계속 기소 공소권자로서의 기능을 갖고 있다"며 "독점적으로 행사해 왔던 수사의 권한을 떼어내서 새로운 중대범죄 수사청으로 이관하는 내용으로 가는 것이 견제와 균형의 원리에 맞다"고 강조했습니다.
유퀴즈 출연해 검찰 수사권을 비판한 경찰
이날 청문회에 출석한 송지헌 과장은 지난 2020년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한 바 있습니다. 당시 과천 경찰서 수사과장이었던 송 과장이 출연하게 된 동기는 다양한 이력 때문이기도 하지만, 검경 수사권에 대한 목소리도 한 몫 했습니다.
송 과장은 원래 꿈이 화가였으며 대학교에서 미술을 전공했습니다. 대학원 재학 중 경제적인 여건 때문에 외국계 은행에 취업했지만 담보대출 업무에서 회의를 느끼고 외국항공사 승무원으로 이직했습니다. 승무원 생활 중 동생이 보던 헌법책을 비행기에서 읽다가 너무 재미있어서 사법 시험을 준비했고, 독학사와 학점은행으로 필요한 학점을 모두 취득하고 사법고시 1,2차를 한 번에 통과했습니다.
그는 변호사로 일하면서 "의뢰인이 검은색 (범죄를 저질렀어도)이라도 회색이라고 말해줘야 하는 일이 반복되면서 실체적 진실을 발견하는 게 더 행복하겠다"고 생각해 경찰에 지원했다고 밝혔습니다.
송 과장은 "법조에서 바라봤을 때와 실무자인 경찰로서 봤을 때 실무와 형사 사법 체계랑 괴리가 굉장히 많이 있었다"면서 검찰과 경찰의 수사권에 대해 언급했습니다.
우리나라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검찰이 수사의 주재자이고 경찰은 검사의 지휘를 받아 수사를 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송 과장은 "우리나라 형사 사건의 98%는 경찰이 수사한다"면서 "어떤 결정이나 의견을 내릴 때에서 협력 관계가 아니라 지휘 복종 관계 안에서 어떤 경우는 실체적 진실이 왜곡되기가 쉽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이 문제를 바꿔봐야 되겠다"고 결심하고 "(수사구조개혁단)에 지원을 했다"고 덧붙였습니다.
당시 방송에서 송지헌 과장의 다양한 이력과 검경 수사권에 대한 발언은 큰 화제를 모았고 "추진력과 재능으로 최초 여성경찰청장님 되시길", "이 분의 꿈대로 대한민국 수사시스템의 개혁을 이뤄내시길" 등의 댓글이 달리기도 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