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출입 기자들에 대한 과도한 비방? '왜'가 없는 게 진짜 문제

대통령실 "과도한 비방과 왜곡된 영상 편집 부작용 나와"... 누리꾼들 "기자들도 질문 수준 높여야"

2025-07-23     아이엠피터(임병도)
7월 21일 대통령실 브리핑 생중계 모습

대통령실 브리핑 생중계가 시행 한 달이 되어갑니다. 과거에는 질문하는 기자의 소속과 얼굴을 보기 힘들었지만, 이재명 정부에서는 생중계로 여과 없이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를 두고 투명성이 보장돼 좋다며 긍정적인 면을 강조하는 측과 기자를 향항 공격과 과도한 신상털기가 자행되고 있다는 부정적인 의견도 있습니다. 

22일 이규연 대통령실 홍보소통수석은 서면 입장문을 통해 "질문하는 기자들에 대한 온라인상의 과도한 비방과 악성 댓글, 왜곡된 영상편집 등의 부작용이 일부에서 나타나고 있다"며 "언론의 취재 활동과 자유를 위축시키는 행위에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습니다. 

앞서 지난 17일 전국언론노동조합 민주언론실천위원회는 ‘질문하는 기자에 대한 인신공격 자제를 요청합니다’란 제목의 글을 통해 "언론의 발전을 위해 날카로운 비판을 계속해 주시돼, 인신공격은 자제해 주실 것을 요청드린다"고 호소한 바 있습니다. 

22일 전국언론노조 OBS 지부는 성명서를 통해 "제도적 성과를 자찬하기 전에, 먼저 해야 할 일은 쌍방향 브리핑제가 몰고 온 부작용으로 피해 입은 기자들의 정신적 고통을 인지하는 것"이라며 "질문을 했다는 이유로 기자가 표적이 되고, 고통을 감내하고 있음에도 제도만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것은 피해자를 외면한 냉담한 태도이자, 언론자유를 존중하겠다는 말의 진정성을 의심케 하기 충분하다"고 주장했습니다. 

OBS 지부는 "대통령실은 브리핑실 운영 변경에 따른 부작용으로 정신적 고통을 받고 있는 기자들을 인지하고 그들의 마음을 공감하라"며 "대통령실은 브리핑 참여 기자들을 악성 공격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하라"고 요구했습니다. 

대통령실 브리핑에서 신상발언까지 한 OBS 기자

6월 27일 대통령 비공개 일정을 질문하는 OBS 기자

대통령실 출입기자에 비방 논란이 불거진 결정적 계기는 지난 6월 27일 있었던 OBS 최 아무개 기자의 질문이었습니다. 당시 최 기자는 브리핑 질의 시간에 강유정 대변인에게 이재명 대통령과 언론사 사장 간의 만찬에 대해 질문했습니다. 강 대변인은 "사실이라고 해도 비공개"라며 "비공개 행사를 생중계 중에 노출하면 안 된다"고 단호하게 말했습니다. 

이를 지켜본 누리꾼들은 "기자가 대통령의 비공개 일정을 생중계 중에 말했다"며 최 기자를 비난했고, 그는 자신의 SNS에 "애초 대통령실은 해당 일정을 공지하지도, 비공개를 요청하지도 않았기 때문에 부담 없이 질문을 할 수 있었다"며 "일정 부분 비판도 감수해야 하지만, 왜 내가 사이버폭력에 일방적으로 희생되며 행복할 권리를 빼앗겨야 하나"라는 글을 올렸습니다. 

논란이 되자 OBS 측은 기자에게 출입처 변경을 통보했고, 지난 16일 최 기자는 대통령실 브리핑 시간에 "오늘은 질문은 아니고 신상발언을 하겠다"고 나섰습니다. 그러자 강 대변인은 "여기는 국회가 아니다, 국회 상임위에서 신상발언하는 것과 다르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최 기자는 "대변인이 전에 잘못된 사실을 말해서 제가 사이버폭력을 당하고 회사에서도 인사조치를 당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강 대변인은 최 기자의 주장에 대해 "비공개 일정은 비공개이기 때문에 공개적으로 질문하면 안 된다. 엠바고가 아니다. 성격이 다르다"고 반박하며 두 사람의 설전이 벌어졌습니다. 

누리꾼들은 이 사건을 두고 "윤석열 정부 때도 대통령의 비공개 일정을 질문했느냐"라며 "유독 진보 정권에서만 언론의 자유를 주장한다"며 기자들의 행태를 비판했습니다. 일각에선 비공개 일정에서 문제가 될만한 이슈가 나왔을 때 질문하는 게 더 나았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기자의 자질 의심하게 하는 질문도 자주 나와 

대통령실 생중계 브리핑에 참여하는 기자들이 가장 곤혹스러운 것이 영상을 편집해 '기레기'라며 조롱하고 비난하는 이른바 숏폼 영상입니다. 이 영상에는 기자들의 얼굴과 소속이 그대로 드러나는 데다, 인신공격성 댓글이 달리기도 합니다.

하지만 편집된 영상이 의도를 가지고 모두 악의적으로 제작됐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몇몇 영상들을 보면 기자의 자질을 의심하게 하는 질문도 등장하기 때문입니다. 이를 본 일부 누리꾼들은 "질문의 수준이 높다면 이런 영상이 나왔겠느냐"라고 지적합니다.

실제로 A기자는 재난 상황에서 지자체장이 음주하고 춤을 춘 사건을 언급하며 대통령실에 질문했습니다. 이 대통령이 대통령이지만 선출직인 지자체장을 마음대로 징계할 수는 없습니다. 댓글에는 대통령실에 출입하는 정치부 기자가 이를 몰랐다면 무지한 것이고, 알고도 질문했다면 같은 당 소속도 아닌 대통령을 묶어서 비난받기 위한 것이라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생중계 중에 비공개 일정 질문이 나와 논란이 됐는데도 엠바고를 깨고 질문한 기자도 있었습니다. B기자는 강유정 대변인에게 이 대통령과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의 오찬에 관한 질문을 했습니다. 도중에 멈췄지만, 일정 브리핑에 엠바고라고 명시했는데도 질문했다는 것을 두고 기자가 취재도 생각도 안 하고 질문했다는 비판이 나왔습니다. 

가장 논란이 되는 것은 기자가 '관가', ' 여당 내부' 등 불분명한 취재원의 말을 가지고 질문을 하는 것입니다. 취재원의 신분을 보호하는 건 기자의 당연한 의무기도 하지만, 근거가 희박하거나 개인의 의견을 마치 사실인양 질문하는 것은 의도를 의심 받기 충분합니다.

지상파 언론조차 자극적인 제목·썸네일 영상 업로드 

지상파 언론사와 지역방송의 대통령 브리핑 생중계 편집 영상

대통령실은 "왜곡된 영상편집 등의 부작용이 일부에서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일부 유튜버들이 자극적인 썸네일과 제목으로 영상을 편집해 유튜브에 올리는 경우도 있지만, 지상파 언론사와 지역 방송도 유튜버 못지않게 이를 업로드하고 있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됩니다. 

더 큰 문제는 자극적인 제목과 썸네일만 있지, 기자의 질문이 어떻게 잘못됐는지, 왜 대변인의 답변이 소홀한지를 설명해주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짧은 영상과 자극적인 제목만 보다 보면 자신들이 믿고 싶은 것만 믿는 '확증 편향'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면 왜 언론사들이  앞다퉈 대통령실 브리핑을 편집해서 업로드할까요? 조회수 때문입니다. 자극적인 제목과 썸네일, 자막 등 간단하게 편집하면 정규 뉴스보다 훨씬 많은 조회수를 얻을 수 있습니다. 

일각에선 언론들이 기자들의 질문만 영상으로 내보내지 기사로는 보도하지 않는 점도 문제로 꼽습니다. 실제로 언론 기사들을 보면 유튜버들이 과도하게 영상 편집을 하고 신상털기를 한다고만 하지, 기자의 질문이 왜 잘못됐는지를 지적하는 뉴스는 찾아보기 어려웠습니다. 

지난 5월 22일 백악관은 '직장에 자녀 데려오는 날'을 맞아 백악관 출입기자 및 직원들의 자녀들을 대상으로 특별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습니다. 이날 한 어린이 "트럼프 대통령은 몇 명을 해고했나요?"라는 질문을 던져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을 당황시켰다고 합니다. 

간단하지만 핵심을 묻는 질문, 사실과 진실에 근거한 질문, 순수한 국민의 시선으로 물어보는 질문이라면 대통령실을 불편하게 해도 국민들은 기자의 손을 들어주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