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댓글 조작' 리박스쿨, 김문수 후보 관련 의혹 세 가지

김문수 지지 기자회견·'김문수 우호' 댓글·2020년 홍보 영상에 등장... 국힘·김문수 "전혀 관련 없다"

2025-06-02     아이엠피터(임병도)
▲ 댓글 여론 조작 의혹을 받고 있는 '리박스쿨'

"자유를 지키고 싶으면 이승만과 박정희를 배워라" 

대한민국 역사 지킴이를 자처하는 '리박스쿨'의 모토입니다. 여기서 리박은 이승만과 박정희를 뜻합니다. 극우 성향의 역사 교육단체  '리박스쿨'이 댓글로 여론을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됏습니다. 

<뉴스타파> 보도에 따르면  '리박스쿨'은 대선을 앞두고 '자손군'(자유손가락 군대)이라는 댓글단을 운영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자손군'은 댓글 활동을 통해 김문수 후보를 띄우고 이재명 후보를 비방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자손군'은 사전에 이재명 후보 관련 비방 댓글 샘플과 아이디를 준비한 후 조장이라는 책임자가 댓글을 달면 조원들이 일제히 댓글을 달아 상단에 노출시키는 등 조직적이고 체계적으로 운영됐다고 전해집니다. 

또한 '리박스쿨'은 늘봄교육 강사 자격증을 발급한 뒤 이들을 초등학교 방과 후 교사 등으로 취업해 역사 왜곡 교육을 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습니다. 특히 하루 만에 자격증을 남발하는 등 부실 운영과  윤석열 정부와 서울 교대와의 연루설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김문수 후보와 리박스쿨 연루 의혹 

▲ 5월 27일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학부모 시민단체 연대 김문수 지지 기자회견. © 유튜브 갈무리

지난달 27일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는 학부모 시민단체 연대의 '김문수 후보' 지지 기자회견이 있었습니다. 이 자리에는 권성동 원내대표도 참석했습니다.  그런데 학부모 시민단체는 순수 학부모들이 아니라 '리박스쿨' 관계자였습니다. 당시 기자회견에는 잠입 취재 중이었던 뉴스타파 기자도 참석했습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보수 성향 언론사들은 검증 없이 보도했습니다. 

'리박스쿨' 손 아무개 대표는 대선 2차 TV토론을 앞두고 KBS와 SBS 채널도 집중적으로 공략해 댓글을 달 것을 지시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2번 김문수'를 강조하는 예시 댓글이나 무조건 많이 올려 상단 배치 등을 노린 구체적인 행동 요령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집니다. 

민주당은 김문수 후보가 지난 2020년 리박스쿨 홍보 영상에 등장한 모습도 공개했습니다. 당시 김 후보는 전광훈 목사와 함께 만든 '기독자유통일당' 점퍼를 입고 '리박스쿨' 연구원으로 지목된 인물들과 나란히 기자회견을 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김문수 후보는 "전혀 알지 못했다"면서 "댓글 뭐 이런 거 하고는 전혀... 리박스쿨이 댓글 다는지 알 게 뭡니까"라며 선을 그었습니다. 

사라지고 있는 '리박스쿨' 관련 자료들

▲ 동영상이 삭제된 '리박스쿨TV' 유튜브 채널과 기본 프로필로 바뀐 '늘봄연합' © 유튜브 갈무리

'리박스쿨'의 댓글 여론 조작 의혹이 불거지자 유튜브 '리박스쿨TV' 동영상이 모두 사라졌습니다. 그동안 극우 관련 콘텐츠로 꾸며졌던 '늘봄연합'의 카카오톡 프로필도 기본으로 바뀌었습니다. 이외 카페나 블로그 등에 게재됐던 게시물도 삭제되거나 비공개 처리됐습니다. 

'리박스쿨' 측은 입장문을 통해 "이재명 후보 측의 프레임 조작과 언론의 왜곡 보도를 강력히 규탄한다"며 "댓글은 공론장이며, 국민의 권리"라며 반발했습니다. 

하지만 일각에선 '리박스쿨'이 했던 일들이 떳떳했다면 그동안 게시했던 영상이나 콘텐츠를 삭제할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교육부 전수 점검, 서울교대 업무협약 취소... 경찰 수사 착수 

'리박스쿨'이 늘봄교육과 연루됐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교육부는 5월 31일 보도설명자료를 통해 "프로그램 지원 사업에 참여하는 모든 기관을 점검하고 늘봄학교 프로그램의 리박스쿨 및 한국교육컨설팅연구원 관련성을 전수 점검해 문제 사안 확인 시 즉각 조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서울교대 측도 입장문을 통해 "언론을 통해 사안을 인지하고 즉각적인 점검을 실시하였으며, 제안받았던 프로그램의 내용에는 특이 사항이 없었으나 본 사안의 사회적 파장이 큰 만큼, 상황 점검 후 즉시 해당 업체의 프로그램을 중지하고 업무협약을 취소하는 조치를 밟았다"고 밝혔습니다. 

초등교사노조와 전국교직원노조 등은 "교육의 본질을 훼손하고 학교 밖 교원시민권을 막는 리박스쿨을 규탄한다"며 "현재 초등학교에서 활동 중인 모든 늘봄학교 강사에 대한 이력 검증을 전면 실시해야 한다"고 요구했습니다. 

국민의힘은 "국민의힘과 김문수 후보는 '리박스쿨'이나 '자손군'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면서 "더불어민주당이 '드루킹' 댓글조작단을 운영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허위의 사실로 해당 단체들과 국민의힘을 억지로 연관시키고 있는데 무리한 시도"라고 주장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중앙선대위 신속대응단은 31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리박스쿨 대표 손 모 씨에 대해 공직선거법상 유사 기관 설치 금지 위반 등으로 고발장을 오늘 중 제출한다"고 밝혔습니다. 

이날 이재명 후보도 평택 집중 유세에서 "신고하시면 대대적으로 포상하는게 어떨까 생각한다"며 "반드시 뿌리를 싹 뽑겠다"고 강조했습니다.

민주당의 고발에 따라 경찰은 '리박스쿨'의 댓글 여론 조작 의혹 사건을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2대에 배당해  수사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