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선 중고세탁기 이전·설치비가 '73만원'
며칠 전 서울 본가의 세탁기가 고장났다는 연락을 받았다. 집에 남는 세탁기를 서울로 보낼 수 있는 방법을 찾다가 OO전자의 '이전·설치 서비스'를 알게됐다.
OO전자의 '이전·설치 서비스'를 통해 견적을 받아보고 깜짝 놀랐다. 처음에는 '7만 3천원'이라 "너무 싸다"고 착각해서, 두 번째는 '73만원'이라는 엄청난 가격에 놀랐다. 이 금액이면 일반 세탁기는 새 제품으로도 구입이 가능했다.
항목을 자세히 살펴보니 철거비(2만 6천원)와 설치비(3만5천원)는 그리 비싸지 않았다. 문제는 운송비였다. 운송비만 무려 67만원이었다. 중고세탁기 가격이 대략 15만원에서 20만원이니 무려 3배가 넘었다.
제주-내륙 화물 운송비, 얼마나 될까?
철거비와 설치비를 제외한 운송비를 조사했다. 가장 먼저 '5톤 혼합 적재' (5톤 화물 차량에 3~4명 화주 화물을 혼합해 적재하는 방식으로 일명 '합짐' 0.5톤 1미터 이하 기준)의 경우 부가세 별도 15만원에서 23만원 사이였다.
1톤 화물의 경우 기사가 화주와 함께 짐을 옮기는 조건일 경우 대략 55만원 이하였다. 다만, 기사와 단독 화물 또는 혼합적재 여부를 협의해야 했다. (혼합적재의 경우 비용은 낮지만 일정은 조정 불가능)
이리저리 알아봤지만 OO전자의 이전·설치비용이 가장 비쌌다. 결국, 중고세탁기를 보내지 않고 새 제품을 구입하기로 했다.
제주도민들이 '쿠팡'만 이용하는 이유
제주도민들의 가장 큰 불만은 '택배비'이다. 특히 가전제품이나 가구를 고를 때마다 속이 상한다. 오프라인 매장보다 온라인마켓이 가격도 저렴하고 종류도 다양하지만 살 수 없다. 왜냐하면 '도서산간 배송 불가' 나 최대 10만원이 넘는 배송비 때문이다.
도민들은 일반 택배도 '도선료'라는 명목으로 기본 배송비(3천원)에 추가배송비(3~5천원)를 더 낸다. 5천원 이하 제품이라면 배송비가 더 비싼 경우도 있다. 추가배송비를 냈지만, 배송은 최소 4일~5일, 심지어 일주일이 넘게 걸린다.
그나마 요새는 '쿠팡'에서 가전제품이나 가구를 무료로 배송·설치하는 제품을 판매하고 있어 주로 이용한다. 쿠팡와우 멤버십인 경우 '로켓배송' 제품을 구입하면 배송비 무료에 이틀이면 배송이 가능하다. 당연히 젊은 제주도민들은 대부분 멤버십에 가입하고 쿠팡만 이용한다.
제주는 서해나 남해의 조그만 섬도 아니고 대한민국에서 제일 큰 섬이다. 하루에도 10편 이상의 대형 선박이 오고 간다. 하지만 물류시스템과 비용은 여전히 작은 '섬'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해마다 제주지역 국회의원이나 도정에서 '택배비'를 개선하겠다고 나섰지만 제대로 바뀐 적은 없다. 결국, 제주도민들은 울며겨자먹기로 쿠팡만 사용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됐다.
특별자치도에 인구 69만명이 넘는 제주이지만, '택배비'는 최악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제주에 사는 도민들은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 하는지 답답하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