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나·테라폭락... '폰지 사기'에 동참했던 언론의 책임은 없나?
가상 화폐 '루나'는 한국인이 개발한 '김치 코인'으로 알려지면서 유명세를 탔다. 모두들 '천재'라며 그를 띄워줬지만, '루나'는 하룻밤 새 26조 원이 증발하며 휴지 조각으로 변했다.
루나 코인은 처음 발행되었을 때부터 일각에서 '사기'라고 주장하는 등 다소 불안하게 출발했다. 발행사는 테라를 구매하면 연 20%에 달하는 수익을 지급했다. 그래서 루나·테라 폭락 사태가 터지자 마치 '폰지 사기'와 같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다단계 금융사기를 의미하는 1920년대 한 금융인으로부터 시작됐다. 금융인 찰스 폰지는 우표를 사고파는 차익거래를 통해 돈을 벌 수 있다며 투자자를 모집했다. 폰지는 신규 투자자의 돈으로 기존 투자자에게 높은 배당금을 지급하는 등 사업을 확장하고 사기를 쳤다.
일각에선 루나 사태도 이와 비슷한 흐름을 보인다고 지적한다. 지난 3월 외신은 높은 이자를 제공하는 루나·테라의 지속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특히 나중에 투자한 사람의 돈으로 기존 투자자의 수익을 제공하는 방식이 불안하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한국 언론 보도 분위기는 달랐다. 루나 코인의 상승세를 부추기는 기사들이 쏟아져 나왔다. 더불어 테라 권도형 대표를 천재라 묘사하며 사람들의 투자를 부추겼다.
지난 2월 <조선비즈>는 카카오벤처스가 루나 코인으로 잭팟으로 터트렸다고 보도했다. 본문에는 '테라 자회사 투자하고 루나 상환권을 받아 5억이 2000억 됐다'라는 소제목까지 달렸다.
이 기사는 코인 커뮤니티 등에 퍼졌고, 투자자들 사이에는 묻지마 루나 탑승 행렬이 이어졌다.
<월간조선>은 2022년 3월호에 "[분석] 문재인 정부가 5년간 고사시킨 한국 암호화폐"라는 기사를 실었다.
한국인이 만든 루나 코인으로 인생이 바뀐 전 세계 '루나 백만장자들'이 있는데 한국은 문재인 정부 때문에 그 기회를 잃었다는 식의 내용이었다.
한국 언론이 루나 코인에 탑승하라고 부추기는 기사를 내보내고, 테라 권태형 CEO를 한국이 낳은 천재 개발자로 홍보한 지 불과 석 달 만에 루나 코인은 휴지조각이 됐다.
투자 관련 근거로 가장 많이 애용되는 것이 뉴스 보도이다. 그래서 소위 작전주들은 언론사 기사를 이용해 포털에 마치 대규모 수출이나 투자가 이루어진다고 보도한다.
돈만 주면 기사를 작성해주는 소규모 인터넷 언론사는 어찌할 수 없다고 쳐도 <조선비즈>나 <월간조선> 등 이름 있는 언론까지도 이런 식이라면 신뢰를 하기 어렵다.
문제는 뉴스 보도만 믿고 투자했던 사람들이 언론사에게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점이다. 투자는 개인의 판단이기에 언론사는 법적으로 아무런 죄가 없다.
안타까운 건 뉴스 보도만 믿고 투자한 사람들이 언론사에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점이다. 투자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계기가 언론의 기사인데도 그 뉴스가 거짓이었든 조작된 뉴스였든 책임을 물 수 없다는 것은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