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예우를 보여준 문 대통령, 윤석열과 무슨 얘기 나눴나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당선자가 우여곡절 끝에 지난 9일 대선 이후 19일 만에 만났습니다.
2007년 노무현 대통령과 이명박 당선자, 2012년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당선자 간의 9일 만의 회동과 비교하면 역대 현직 대통령-당선자 회동 중 가장 늦은 기록입니다.
비록 '지각 회동'이었지만 두 사람의 회동은 2시간 51분간 진행됐고, 회동 시간만 따지면 역대 가장 긴 만남이었습니다.
문 대통령은 윤석열 당선자가 도착하기도 전에 상춘재 앞 녹지원에 먼저 나가서 기다렸습니다. 윤 당선자에게 최고의 예우를 해준 것입니다.
특히 2007년 노무현 대통령과 이명박 당선자, 2012년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당선자의 회동이 모두 본관에서 첫 회동을 했다는 점과 비교하면 상춘재 회동은 문 대통령이 윤 당선자를 각별히 신경을 써준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당선자가 어떤 이야길 나눴는지 장제원 당선인 측 비서실장의 브리핑을 통해 정리했습니다.
○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에 관한 얘기는 유명민 대통령 비서실장이 언급을 시작하며 자연스럽게 나왔다고 합니다.
윤 당선자는 "전 정권, 전전 정권, 또 문민 정권 때부터 청와대의 어떤 그런 시대를 마감하고 국민과 함께 하는 시대를 열겠다고 말했지만, 현실적인 어려움 때문에 이전을 못했다. 이번만큼은 꼭 좀 이것을 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문 대통령은 "대통령 집무실 이전 지역에 대한 판단은 차기 정부의 몫, 지금 정부는 정확한 이전계획에 따른 예산을 면밀히 살펴 협조하겠다"라고 말했습니다.
용산 이전을 위한 예비비 국무회의 안건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얘긴 없었다고 합니다. 다만, 시기나 이전 내용에 대해서는 서로 공유하기로 했습니다.
취임식 전에 대통령 집무실을 용산으로 이전하는 등 정확한 시기에 대해서는 가능하다. 안 한다는 언급은 없었다고 합니다.
실무진들 간에 이전 계획이나 시기가 나오면 청와대가 협조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 인사권
구체적인 인사를 어떻게 하자는 얘기는 없었습니다. 문 대통령은 "남은 임기 인사에 대해서는 이철희 정무수석과 장제원 대통령 당선자 비서실장이 국민의 걱정을 덜어드릴 수 있도록 잘 의논해주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청와대와 윤 당선자 측은 김오수 검찰총장과 감사위원, 한은 총재 인사를 놓고 충돌했지만, 앞으로 이철희 수석과 장제원 비서실장의 협의와 조정을 통해 이루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 MB 사면/ 여성가족부
MB 사면은 윤석열 당선자도 일절 거론 안 했고, 문재인 대통령도 거론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여성가족부 폐지 논의도 전혀 없었다고 합니다.
○ 코로나 손실 보상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안
추경 필요성에 대해서는 문 대통령과 윤 당선자 모두 공감했고, 구체적 사안은 실무적으로 계속 논의하기로 했습니다. 실무는 이철희 정무수석과 장제원 비서실장이 라인에서 협의해 나가기로 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참 숨 가쁘게 달려왔는데 이제 마지막 남은 임기 동안 코로나19 문제를 잘 관리해서 정권 이양하는 게 숙제이고, 최선을 다해 정권 인수를 하겠다"라고 말했습니다.
○ 야당 및 정치권
청와대 회동에서 거대 야당이나 정치권에 대한 이야기는 없었습니다.
문 대통령과 윤 당선자는 용산 이전이나 인사권, 추경을 제외한 정치적인 얘기는 언급하지 않고, 과거의 인연을 주제로 화기애애하게 대화를 나눴다고 합니다.
장제원 비서실장은 추가 배석자 없이 네 사람이 만났고, 아쉬움에 대한 이야기는 전혀 없었다고 강조했습니다.
19일 만에 만난 '지각 회동'이었지만 가장 긴 시간 동안 얘기한 것으로 미루어 분위기는 좋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용산 이전이나 인사 문제 등은 실무진 협의를 통해 지금보다 한 발 더 나아갈 것으로 예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