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당리에서] 제주에서 집 구하기가 이렇게 어렵습니다.

2021-11-13     아이엠피터(임병도)

한국부동산원 자료를 보면 올해 제주에서 거래된 주택 9351호 중 28.8%가 외지인이 매입했다고 한다. 부동산 매매 3건 중 1건은 육지사람이 산 셈이다. 

외지인들의 제주 부동산 매매가 늘어나니 당연히 집값도 올랐다. 지난해 6억 미만이었던 연동의 한 아파트는 올래 10억원에 거래됐다. 

서울이나 수도권에는 집값 상승세가 약간 주춤해졌다고 하지만 제주는 1년 사이 2~3억이 오를 정도로 급등하고 있다. 서울이라는 지역과 비교하면 제주 지역 부동산 가격 상승은 터무니없다. 

연동이나 노형동 등 일명 제주 신시가지나 인프라가 잘된 곳의 가격이 상승하는 것은 이해가 한다고 해도 시골 마을에 속하는 중산간 지역까지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 

제주 부동산 가격이 오른 원인에 대해 부동산 전문가들은 비규제 지역이라는 투자 장점과 세컨드 하우스 수요 증가, 제주 한 달 살기 수요로 인한 가격 상승 등을 이유로 들고 있다. 결국 수요는 증가하고 있지만 공급이 미치지 못하니 가격이 계속 오르고 있다. 

제주지역 무주택 가구는 전체 가구 중 44.9%인 10만 7669 가구이다. 그런데 제주 도정이 계획했던 공공주택 공급은 2022년까지 1만호에 불과하다. 

이런 공공주택도 평수가 작아 신혼부부나 청년, 고령층이나 가능하지 아이가 둘 이상 있는 4인 가족이 살기에는 좁다. 

▲필자가 거주하고 있는 마을 공동주택. 폐교 위기를 막기 위해 마을 사람들이 교육청의 도움으로 설립한 빌라로 연세가 매우 저렴하다. 단, 입주 자격은 초등학교 아이가 둘 이상 있는 가족이며, 학생이 졸업을 하면 임대차 계약이 해지된다. 

필자는 내년이면 지금 살고 있는 마을 공동주택에서 나가야 한다. 입주 조건이 아이들이 초등학교 재학 중에만 거주할 수 있고, 졸업하면 나가는 것이었다. 

일 년 넘게 남았지만 지금부터 집을 구하고 있다. 그런데도 마땅한 집이 없다. 물론 집은 있지만 너무 비싸다. 아파트나 타운하우스는 너무 비싸 꿈도 못 꾸고 빌라나 연세를 알아보고 있다. 

작은 빌라를 구입하려고 하지만 가격이 올라 소위 말하는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 해도 살 수가 없다. 이제 필자에게 남은 것은 연세(일 년 월세를 한 번에 내는 제주도의 임대 조건)뿐이다. 

제주 지역에서 그나마 거주할 수 있는 방 3개짜리 (4인 가족 기준) 빌라 또는 주택의 연세는 최소 7백만원 이상이다. 교통이 편하고 주변에 중·고등학교가 있는 곳은 1천만원이 넘기도 한다. 월세로 따지면 한 달에 90만원 이상이다. 

집을 못 구한다고 하면 혹자는 농가주택을 구입해 고쳐서 살라고 한다. 제주에서 농가주택 매물은 귀하다. 아니 지금은 구하기가 불가능하다. 설사 있다고 해도 흔히 아는 농가주택이 아니다. 땅값만 받는다고 해도 1~2억이 훌쩍 넘는다. 여기에 리모델링이나 재건축비를 따지면 5억 이상 투자해야 한다. 

농가주택을 매입해서 카페나 민박, 펜션 등의 숙소로 이용하는 등의 상업적인 투자로는 가능하지만 거주용으로만 구입하기는 무리이다. 

집을 구하기가 어려워 제주를 떠날 수도 있다. 다른 육지 시골 지역은 그나마 제주보다는 가격이 저렴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주변 지인 중에는 제주에서 집을 못 구하거나 너무 비싸 다시 육지로 간 경우도 있다. 

제주에서 산 지 벌써 11년이 넘었다. 제주에서 태어나 고향으로 알고 사는 아이에게 집이 없어서 이사를 해야 한다는 말을 하기가 두렵다. 

돈 때문에 기사를 쓰지 않았다고 자부하며 살았는데 요새는 왜 남들처럼 돈을 벌지 않았을까 하는 자책감도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