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당리에서] 제주 도로에서 만날 때마다 황당한 '이것'

2020년 제주에서 유기된 동물 7000마리 제주, 유기 동물 안락사 1위 불명예 동물 등록률 44%에 그쳐

2021-10-30     아이엠피터(임병도)

중산간 마을에서 운전할 때마다 도로를 유유자적 걸어가는 개들을 자주 본다. 가끔은 도로 한복판이 제집인양 앉아 있는다. 차가 앞에 와도 태연하다. 

제주 농촌에서는 개들을 묶어서 키우지 않는 경우가 많다. 대문도 없이 개를 풀어놓다 보니 도로를 지나는 것이 일상화됐고, 차도 개도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는다. 

제주에서는 너무 흔한 일이지만 관광객들은 도로에 뛰어든 개를 보고 깜짝 놀란다. 특히 차가 와도, 경적을 울려도 무서워하지 않는 개를 보면 황당해 한다. 

풀어 키우는 개들이 많아 반려견들이 유기견으로 방치됐다가 들개로 변해 제주 이곳저곳을 떠돌아다니는 경우도 있다. 특히 반려견에서 들개가 되면 야생성이 살아나 늑대처럼 공격을 한다. 

들개들은 중산간 지역 골프장 주변이나 타운하우스 단지 등을 어슬렁거리며 사람을 위협하고, 양계장이나 축사에 침입해 닭이나 송아지 등을 죽이기도 한다. 

제주도에 따르면 야생 들개로 인해 매년 500마리 이상의 닭이 죽고, 송아지와 오리, 흑염소 등도 피해를 입는다. 심지어 주택가를 돌아다니는 개에 사람이 물리는 사고도 일어난다. 

제주에서는 매년 유기견이 늘어나고 있다. 제주동물보호센터에 따르면 구조된 전체 유실·유기 동물은 2016년 2천867마리(개 2천559마리·고양이 308마리)에서 2019년 7천767마리(개 7천135마리·고양이 632마리)로 무려 4년간 2.7배가 늘어났다. 

유기견이 늘어나는 가장 큰 이유는 기르던 개가 없어져도 찾지 않기 때문이다. 관광객들은 이런 사정을 모르고 돌아다니는 개를 유기견이라 판단하고 동물보호센터에 신고하거나 데려가기도 한다. 

간혹 제주로 휴가를 와서 반려견을 버리는 사례도 있지만, 지금은 거의 없다. 제주에서 발생하는 대부분의 유기견은 농촌 마을에서 기르던 중형 믹스견으로 주인들이 찾지 않아 결국은 안락사를 한다. 

제주 독립언론 '제주의 소리' 보도를 보면 지난해 제주동물보호센터에서 안락사된 개와 고양이는 4076마리로 입소 동물 중 57.8%에 해당한다. 입소동물 중 가족에게 반환되는 경우는 고작 5.2%에 불과하다. 

상황이 이런데도 제주도의 반려동물 등록률은 44%에 그친다. 전국 평균치인 42%보다는 높지만, 제주의 특성을 고려하면 낮은 편이다. 

2014년 동물등록제가 시행되면서 생후 2개월 이상 개는 의무적으로 등록해야 한다. 만약 등록하지 않으면 1차 20만원, 2차 40만원, 3차 60만원의 과태료를 내야 한다. 

제주도는 자진 신고 기간에 반려견을 등록하면 등록 수수료와 과태료를 면제하는 등 애를 쓰고 있지만, 도민들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제주에는 동물 화장터가 없다. 반려견이 죽으면 쓰레기봉투에 버리거나 화물기를 통해 육지까지 가야 한다. 현행법상 땅에 동물을 묻는 것은 폐기물 관리법에 따라 100만원 이하의 과태료 대상이다. 

일부 도민들은 개를 키우면서 등록도 하지 않고, 동물 화장터도 반대한다. 목줄조차 하지 않고 방치하는 모습을 보면 무책임해 보인다. 

기자는 제주에 와서 유기견을 입양하고 이별을 한 뒤 현재까지 반려견을 키우지 않고 있다. 생명이 있는 존재를 키우는 것에는 그만큼 책임과 의무가 뒤따르지만 감당할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