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합의 후 100분 만에 번복... 이준석은 '바지사장'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송영길 민주당 대표와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에 합의해다가 1시간 30여분 만에 번복했습니다.
이 대표는 7월 12일 저녁 여의도에서 송 대표와 만찬 회동을 했습니다. 회동에서 두 대표는 2차 추경을 통한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에 합의했고, 고용진 민주당 수석대변인과 황보승희 국민의 힘 수석 대변인을 통해 발표됐습니다.
야당 대표가 여당 대표와 만나 전 국민 재난지원금에 합의했다는 소식에 이 대표가 큰 결단을 내렸다는 기사가 쏟아졌습니다. 원래 국민의힘은 전 국민 재난지원금에 반대했기 때문입니다.
이 대표가 합의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습니다.
조해진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이준석 대표가 송영길 대표와 전 국민재난지원금 지급에 합의했다고 보도됐다. 사실이라면 황당한 일이다. 우리 당의 기존 입장은 반대였다."면서 "이준석 대표가 당의 기존 입장과 다른 합의를 해준 경위가 밝혀져야 한다. 대표가 독단적으로 결정한 것이면 큰 문제다. 이 대표가 밝혀야 할 사항이다."라며 이 대표를 비판했습니다.
윤희숙 의원도 페이스북에 "민주적 당운영을 약속해놓고, 당의 철학까지 맘대로 뒤집는 제왕이 되렵니까?"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습니다.
윤 의원은 "당내토론도 전혀 없이, 그간의 원칙을 뒤집는 양당합의를 불쑥 하는 당대표를 보게 될 줄은 몰랐다. 민주적 당운영을 약속한 당대표를 뽑았을 때 자기 맘대로 밀어붙이는 과거의 제왕적 당대표를 뽑은 것이 아니다"라며 "그는 젊은 당대표의 새로운 정치를 기대한 수많은 이들의 신뢰를 배반했다"고 했습니다.
국민의힘 내부 반발이 거세지자 이 대표와 김기현 원내대표, 김도읍 정책위의장은 오후 9시쯤 국회에 모여 긴급회의를 열었습니다.
회의 후 이 대표는 페이스북에 합의사항을 올렸습니다. 그러나 이전에 발표된 합의내용과는 차이가 있었습니다.
이 대표는 "방역지침에 따라 손실을 본 소상공인, 자영업자의 대상과 보상 범위를 넓히고 두텁게 충분히 지원하는 데 먼저 추경 재원을 활용하고, 남는 재원이 있을 시에 지급대상 범위를 소득하위 80%에서 전국으로 확대하는 것까지 포함하여 검토하자는 취지로 합의했다"고 밝혔습니다.
이 대표는 또다시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오늘 회동에서 방역수칙 강화로 2인 제한이라 배석자가 없어 회동 후 전화로 다른 방에 있던 대변인들에게 전화상으로 간략하게 발표내용을 정리해서 전달했다"면서 "배석자 없이 진행된 회동의 특성상 브리핑 내용으로 합의내용이 충분히 설명이 되기 어려웠던 것 같다"고 재차 설명했습니다.
국민의힘 내부 반발을 진화하기 위해 이 대표가 해명까지 했지만, 소속 의원들의 불만은 쉽게 가라앉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
특히 이 대표는 여가부에 이어 통일부 폐지론까지도 들고 나왔는데 국민의힘 권영세 의원이나 조수진 의원 등 중진 의원들은 반대 입장을 내놓았습니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이 대표가 설익은 주장을 계속 내놓는 등 아마추어처럼 당을 운영하고 있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습니다. 또한, 당내 소통 없이 자신의 주장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어 발언에 더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됩니다.
이 대표는 압도적인 여론 지지를 통해 사상 첫 30대 당대표가 됐습니다. 이 대표를 향한 지지에는 보수정당의 변화와 혁신을 요구하는 마음이 담겨 있었습니다.
이 대표는 취임 이후 '따릉이'를 타고 국회에 출근하거나 토론배틀을 통해 국민대변인을 뽑는 등 기존 당대표들과 다른 모습을 선보였습니다. 그러나 외적인 이벤트로 그치는 듯합니다.
정말로 이 대표가 국민의힘을 변화시키려면 당내 반발에도 자신의 뜻을 굽히지 말고 여야 합의대로 끌고 나갔어야 합니다. 그러나 여야 합의를 번복하는 이 대표를 보면 국민의힘 의원들의 당대표 길들이기에 끌려가는 모양새입니다.
이 대표가 여야 합의를 100분 만에 번복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이준석 대표는 국민의힘 바지사장인가'라는 댓글이 달렸습니다.
이 대표가 말만 잘하는 방송인 이준석으로 남을지, 당대표 이준석이 될 지는 그의 말과 행동이 얼마나 일치하느냐에 따라 바뀔 것입니다.